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예정된 시간보다 이른 오후 2시 35분경 후배 기자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카메라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지난 6일 서초동 인근 15층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A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찍기 위해서다.
오후 2시 49분 A 씨를 태운 승합차가 섰다. 운동복 차림에 삼선 슬리퍼를 신은 A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경을 쓴 A 씨는 차에서 내리면서 취재진과 시선을 마주쳤다. 곧바로 포승줄에 묶인 두 손으로 모자를 푹 내려썼다.
A 씨는 ‘유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계획 범행 여부와 범행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피의자의 얼굴과 포승줄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범죄자가 아니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위와 언론중재위원회는 피의자가 인격적인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수갑과 포승줄까지 모자이크 처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피의자의 신상을 알고 있다. 피의자가 수능 만점을 받았던 의대생이고 이에 대해 수 차례 언론들과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이미 피의자의 이름과 SNS, 평소 행적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있었다.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기자도 고개를 푹 눌러 쓴 피의자를 카메라에 담았다. 어차피 모자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얼굴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 파인더 속 상기돼 붉어진 피의자의 귀만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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