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 탈출’ 재난 문자에 어버이날 발칵…알고보니 소형견 3마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8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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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대전 동구가 ‘맹견 70여 마리가 농장을 탈출했다’는 재난 문자를 보냈는데, 실제로는 소형견 3마리로 밝혀졌다. 사진은 이날 개가 탈출했다가 포획된 삼괴동의 한 농장.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8일 대전에서 ‘맹견(猛犬) 70여 마리가 풀려났으니 대피하라’는 재난문자가 배포돼 주민이 공포에 떠는 소동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소형견 3마리가 농장을 탈출한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119 신고를 전달받아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 동구는 8일 오전 10시경 주민들에게 ‘삼괴동에 있는 개 농장에서 맹견 70여 마리가 탈출했다. 접근을 자제하고 안전한 장소로 즉시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농장과 1km 떨어진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어버이날을 맞아 마을회관에 모였던 노인 10여 명이 발이 묶이기도 했다. 구재황 통장(69)은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방송을 4번이나 했다. 외지에 사는 자녀의 전화가 빗발쳤다”라고 말했다.

8일 오전 대전 동구가 ‘맹견 70여 마리가 농장을 탈출했다’는 재난 문자를 보냈는데, 실제로는 소형견 3마리로 밝혀졌다. 사진은 이날 개가 탈출했다가 포획된 삼괴동의 한 농장.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하지만 경찰과 소방관 10여 명이 현장에 도착해보니 탈출했던 개는 맹견이 아닌 잡종 소형견 3마리였고, 그나마 60대 농장 주인이 이미 들여놓은 상태였다. 농장에서 키우던 유기견 등 30여 마리 중 일부가 철망을 넘어 인근 밭으로 나왔던 것. 상황은 재난문자가 발송된지 약 25분만에 정리됐다.

대전소방본부와 동구에 따르면 첫 신고는 오전 9시 44분경 “큰 개가 다니고 있어 물 것 같아 위험하다”고 경찰에 접수됐다. 이후 119상황실 근무자가 공동 대응 과정에서 신고자로부터 “농장에 개가 70마리 있다. 개가 자꾸 빠져나온다”라는 말을 들었고, 동구가 이를 전달받아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맹견’으로 표현했다. 동구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당부하기 위해서였다. 혼란을 빚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동구는 해당 농장의 농지법 위반 여부를, 대전소방본부는 허위신고 여부를 각각 따져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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