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회의록 혼란]
참석자 22명중 16명이 의사 출신
정부가 제시한 자료 깐깐하게 검증
“지방은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 의사가 부족합니다. 소아과,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선 젊은이들이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간노 마사히로 전 일본병원협회 부회장)
“그동안 의대 정원을 늘려 왔지만, 교육 현장이 피폐해진 측면도 있습니다. (증원된) 정원을 유지하려면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기타무라 기요시 도쿄대 의학교육국제연구센터 교수)
이는 2015년 12월 10일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위원회에서 오간 대화다. 2007년 7625명에서 올해 9403명까지 의대 정원 1778명을 단계적으로 늘린 일본은 이 위원회를 통해 증원 효과와 향후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원 확대 및 배정을 논의한 회의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은 2022년까지 진행된 위원회 회의록과 참고자료를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한다.
회의록은 주요 내용을 요약한 정도가 아니라 녹취록 수준으로 참가자의 발언을 모두 담고 있다. 위원회 22명 중 16명이 의사 또는 의사 출신 공무원이다. 나머지 6명은 간호사, 법학자, 경제학자, 환자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은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니 정책 결정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정부 자료를 깐깐하게 검증하고 필요한 의견을 제시한다. 후쿠이 쓰구야 세이지카 국제병원장은 2015년 첫 회의에서 “(필요 의사 수를 추계할 때) 고령 의사의 노동력을 젊은 의사의 몇 퍼센트 수준으로 계산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회의에서 모리타 아키라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장은 “인구 감소가 당초 예측보다 빨리 일어날 수 있으므로 미래 의료 수요를 신중하게 추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록과 함께 자료도 공개되다 보니 정부는 최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2019년 27차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는 지역 및 진료과별 의사 편중을 분석하기 위한 기준으로 △지역별 인구 구성 차이 △지역 인구 유입 및 유출 동향 △지역 의사 성·연령 구성 등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미래 의사 수요 전망도 다룬다. 2022년 1월 40차 회의에선 “총 의사 수는 2029년 36만 명가량으로 수급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사들의 근로시간 단축 등) 일하는 방식이 개선될 가능성을 고려해 의사 추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등의 논의가 진행됐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일본은 지역 의대 정원을 늘렸을 때 대도시 유출 가능성까지 꼼꼼히 연구해 의대 증원을 결정했다”며 “의사 규모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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