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바로배달(위탁배달) 약관’을 개정하면서 ‘교통사고 발생’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일부 라이더들이 ‘사고발생시 음식값도 라이더에게 물리는 것이냐’며 발끈했기 때문이다. 배민측은 “약관 조항은 사고 자체의 처리에 대한 것으로, 앞으로도 사고시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음식값은 회사가 지불한다”고 강조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지난달 26일 바로배달 약관 개정을 공지하고 △라이더(배달종사자) 배달료 구성 △배달료 지급 방법 △업무수행 절차·방식 △계약 기간·해지 등 근로조건 전반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하거나 일부 변경했다. 변경된 약관은 이달 7일부터 시행됐다. 라이더들은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배민 주문에 대한 위탁배달 업무를 시작할 수 없다.
일부 라이더들은 신설·개정한 약관에서 ‘사고의 책임과 손해배상’ 부문 신설 조항인 ‘제12조5항’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배달세상’ 등 배달종사자 커뮤니티에는 “그동안 사고나면 음식값은 배민이 보상해줬지만 약관변경으로 이제 라이더가 물게 됐다”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것도 아닌데 너무하다” “라이더들 손발을 묶고 있다” “점점 힘들어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신설 조항인 제12조5항은 ‘수탁자(라이더)가 계약(배달업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수탁자는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단 위탁자(배민)의 (사고발생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입증되거나 관련 법령에 따른 배민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위탁자가 그 책임을 분담한다’고 돼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 대상 시간제 보험 등을 제공함에 따라 교통사고 발생 시 제3자의 피해에 대해 어떤 보험으로 처리할지 귀책을 따지기 위해 조항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내용 중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구는 음식값을 뜻하는 게 아닌 사고의 책임이 라이더에게 있을시 라이더 본인이 제3자 피해에 대한 비용을 자체 부담하거나 개인의 비용(유상운송보험 등)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다만 이같은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음식값은 회사가 부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당 정책은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해당 조항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아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회사가 라이더 대상 공지 등을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회사 측이 어떤 부분에 대해 신설한 조항인지, 음식값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약관 개정은 계약사항의 변경인데 한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데 대해 한쪽은 동의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는 불공정하다고 본다”며 “운임(배달료) 등 부분도 회사가 마음대로 조정하는 구조다 보니 라이더들 사이에 우려나 불신 등이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라이더들은 배달해야 할 음식을 취하기 위해 허위로 사고를 접수하는 악용 사례도 있다며 자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거짓으로 사고 났다고 접수하고 자동 폐기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안다”라거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도 있지만, 몇몇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또 “근무를 마칠 때쯤 가격이 비싼 음식을 픽업한 후 거짓으로 타이어가 터졌다거나 시동이 안 걸린다며 배달수행불가를 고객센터에 접수하고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라이더들의 정책 악용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최대한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에 음식값 등은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배달 업계 두 노조(배달플랫폼노조·라이더유니온지부)와 소통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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