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맞은 시화호
1994년 조성돼 수질 악화로 몸살… 2001년 해수화로 생태계 되살아나
세계 최대 규모 조력발전소 세워… 청정에너지 생산 등 동력 확보
레저-관광 복합단지로 성장 시동
“꾸르륵.”
8일 경기 안산시 시화호 대송습지 앞.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검은머리물떼새가 붉고 긴 부리로 조개나 작은 생물들을 사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습지 주변을 따라 걷다 보면 주변 물속에서 가물치, 잉어, 붕어, 숭어 등 물고기들과 동죽조개와 모시조개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화호에서 조류를 탐사하는 서정철 시화호지속가능파트너십 대표는 “시화호는 현재 저어새와 물닭,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 보호새들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며 “30년 전 ‘죽음의 호수’로 불렸던 시화호가 지금은 ‘생명의 호수’로 복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담수화 실패하자 해수화 전환
올해 준공 30년을 맞는 시화호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기 안산과 시흥, 화성을 끼고 있는 경기만 갯벌에 물막이 공사와 매립 공사를 통해 만든 인공호수다. 이 호수는 1994년 ‘서해안의 지도를 바꾸는 국토의 대역사’라는 비전으로 면적 56.5km², 저수용량 3억3200만 t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됐다. 수자원공사는 당시 시화호에서 바닷물을 빼낸 뒤 담수호로 만들어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와 산업단지의 용수원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2.7km의 시화방조제 완공 이후 바닷물 공급이 끊기고 시화호 인근 유역의 생활하수와 중금속이 함유된 공장 오폐수 등이 유입돼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고 ‘죽음의 호수’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담수화 이전 3.3ppm 수준이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997년에 17.4ppm까지 치솟았다. 통상적으로 11ppm을 초과하면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정부는 고심 끝에 시화호를 담수호로 만들어 농업용수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2001년 2월 시화호 해수화를 발표했다.
● 시화호조력발전소서 청정에너지 생산
수질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시화방조제 중간 지점에 조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시화호조력발전소다. 그동안 막혀 있던 시화호의 물길을 뚫어 깨끗한 해수 유통을 통해 수질 개선에 이바지한 것이다. 조력발전에 따른 수위 변화로 갯벌 면적은 15.9km²로 증가했고 여러 해양생물이 늘어나면서 시화호는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시화호에 나타나는 조류는 2000년 80종에서 지난해 123종으로 증가했고, 시화호 COD도 지난해 기준 2.6ppm 수준으로 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화호조력발전소는 청정에너지도 생산하고 있다. 지름 7.5m, 무게 830t 규모의 발전기 총 10대(254MW)가 운영된다. 해수면의 낙차를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조력발전 운영 프로그램 (‘K-TOP 4.0’)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고려해 자동 계산해 최대 발전량의 전기를 생산해낸다. 현재 시흥시 인구 약 51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연간 552G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남궁혁 한국수자원공사 시화조력관리단장은 “연간 86만2000배럴의 유류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로 31만5000t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조력발전소 건설·운영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권역정부와 기술 교류 및 자문 등 기술협력 강화 협약(MOA)을 체결하기도 했다.
● 서해안 해양레저·생태관광 메카로
올해 조성 30주년을 맞은 시화호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시화호 인근 시흥 화성 안산시는 서해안권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시흥시는 올 2월 ‘2024 시화호의 해’를 선포하고, 시화호 거북섬 일대 32만여 m²에 2조6000억 원을 투입해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화성시와 함께 시화호 남단 화성시 송산면 일대 55.6km²에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송산그린시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곳에는 총사업비 4조6000억 원을 들여 최첨단 정보기술(IT)이 접목된 테마파크와 호텔 등이 들어서는 ‘화성국제테마파크’가 조성될 예정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화성국제테마파크는 화성시를 넘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산시는 해양관광레저 거점으로 육성하는 계획을 세웠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 활용 강화와 인근 지자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과 관광, 환경 복합거점으로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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