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직비리 감찰 결과
담당 과장, 실무진 반대에도 취하
서울병무청장엔 ‘父 은성수’ 보고
은씨 “아들 한국말 잘못해 전화해”
문재인 정부 당시 금융위원장(장관급)을 지낸 은성수 전 위원장(사진)이 아들의 병역법 위반 고발 건과 관련해 부정 청탁을 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아들 은모 씨(32)를 위해 은 전 위원장이 고발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 담당 과장에게 13차례 전화를 거는 등 청탁을 했다는 것. 이에 해당 과장은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 씨에 대한 고발을 실제 취하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공직비리기동감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병역 미필자인 은 씨는 2017년 1월∼2021년 9월 석박사 학위를 따겠다면서 병무청 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은 씨는 현지에서 영주권을 신청하겠다며 출국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병무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은 씨는 2021년 11월까지 귀국해야 했지만 계속 미국에 머물렀고, 서울지방병무청은 은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은 씨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영주권 신청을 했고, 절차를 마무리해야 귀국할 수 있다”며 이의신청서를 냈고, 은 씨를 고발한 서울지방병무청은 2022년 1월 이를 받아들여 고발을 취하했다.
감사원은 이 고발 취하 전에 은 전 위원장이 “고발이 취하되면 좋겠다”며 A 과장에게 전화로 요청한 사실을 파악했다. 은 전 위원장은 아들의 귀국 시한을 사흘 남긴 2021년 11월 17일부터 A 과장과 업무용 내선 전화를 통해 13차례 통화했다. 은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혀서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고도 했다. 당시는 은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3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지방병무청 직원들은 “은 씨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의견까지 냈다. 하지만 A 과장은 직접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당시 임모 서울지방병무청장에게 보고해 결재까지 받았다. 보고서 마지막 장에는 ‘父(아버지), 은성수’라고 적혀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후 2022년 1월 귀국한 은 씨는 신변 정리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에 병역기피 대상자로 지정돼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검찰에 고발됐다.
감사원은 명예퇴직한 A 과장에 대해선 인사자료를 남겨 두도록 했고, 임 전 청장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A 씨와 임 전 청장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병역법 위반 방조 혐의로 수사 참고 자료를 전달한 상태다.
은 전 위원장은 감사원에서 “아들이 한국말을 잘하지 못해 대신 얘기해 준 것이고, 청탁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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