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 충남 서천군 서천임시특화시장에서 만난 유병철 씨(56)가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며 이렇게 말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그의 얼굴은 웃음꽃이 만발해 있었고 회를 직접 뜨고 포장까지 하느라 바빴다.
서천임시특화시장은 지난 1월 발생한 화마의 아픔을 뒤로하고 지난달 25일부터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날 임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화재 비극을 딛고 손님맞이로 분주한 일상을 다시 보내고 있었다. 유 씨는 “임시시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인근 지역인 대전을 비롯한 서울, 경기 등에서도 팔아 주겠다고 오신 손님들이 많다”며 “요즘 시장에 활기가 넘치고 좋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으로 보이는 일부 소비자들은 상인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인사를 건네며 물건을 구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천시장은 임시개장 2주 만에 상인회 추산 약 2만~2만5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개장 후 진행된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에서 사전에 준비한 1만5000명 분의 환급액 지급이 모두 이뤄졌다. 방문객 증가는 매출 증대로도 이어졌다. 오일환 상인회장은 “2주 동안 명절 등 성수기 시즌에 버금가는 50억 원을 웃도는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임시특화시장은 마치 ‘돔구장’처럼 2층 구조의 조립식 형태로 조성돼 있었다. 이곳에는 일반동 점포 74개, 농수산물과 식당동 점포 149개 등이 입점했다. 시장 외부에선 만국기가 펄럭이고 있었고, 입구 쪽에 있는 노점상에선 흥겨운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와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풍겨났다.
시장 내부 한 가운데 모여있는 식당에는 평일 낮이었음에도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산물 코너에선 제철을 맞은 갑오징어, 꽃게, 갓 잡은 조개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서천특화시장에서 20여년 간 장사를 해왔다는 김모 씨(61)는 “불이 난 뒤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며 “다시 장사를 할 수 있게 돼 꿈만 같다. 임시 시설 치곤 깔끔하게 조성돼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전했다. 상인 이모 씨(44)는 “포장 판매가 대부분인데 스티로폼 용기 등 자제를 놓을 곳이 아직 부족하고, 수조도 예전처럼 넓게 들여놓을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다시 장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단 만족한다”고 했다.
청양에서 부모님과 함께 꽃게를 사러 왔다는 서성진 씨(36)는 “이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이 치워져 있어 놀랐다”며 “화재로 상처를 입은 상인들이 더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천특화시장은 수산·농산물동 내 점포 227개가 전소되면서 소방 추산 65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방화나 실화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최근 수사를 종결했다.
충남도와 서천군은 2025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특화시장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특화시장 재건축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용역이 종료되는 대로 실시설계를 거쳐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향후 2년 내 서천의 랜드마크이자, 대한민국의 명품시장으로 새롭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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