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회의체 4곳중 2곳 법원에 회의록
현안협의체 보도자료-브리핑 제출… KDI 보고서 등 참고자료 3건도 내
교수들, 변호인 통해 자료 받아 검증… 의협 “증원, 수수깡으로 건물 짓는꼴”
정부는 10일 법원에 의대 증원과 관련해 운영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및 그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전문위)의 회의록, 의대정원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 주요 내용 요약, 의료현안협의체(현안협의체) 보도자료 등을 제출했다. ‘2000명 증원’에 참고한 보고서 3개와 지난해 11월 의대 현장 실사 자료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제출 자료를 받는 대로 2000명 증원 및 배정 과정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밝히며 여론전을 펼 방침이다.
● 정부, KDI 등 보고서 3건도 제출
10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법원에서 요청한 자료 목록을 다 제출할 것”이라며 “요청받지 않은 것 중에도 설명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자료들은 충실하게 가능한 한 많은 자료들을 담아서 제출하겠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달 30일 정부에 “2000명 증원 결정 및 배정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회의록 작성이 의무인 보정심과 전문위는 회의록을 제출했다. 현안협의체는 의정 합의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보도자료와 합동 브리핑 내용 등을 제출했다.
정부는 배정위도 회의록 대신 회의 주요 내용 요약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박 차관은 의사단체에서 공개를 요구하는 배정위 명단에 대해 “(불이익을 막기 위해) 제출 자료에 실명을 익명 처리하되 어떤 직위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표기하겠다”며 “의대 교수인지, 어디 소속 공무원인지 등을 알 수 있도록 표기하는 수준으로 정리해 (10일 중) 제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00명 증원에 참고한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연구 보고서 3개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이 중 14곳에 대해 현장 실사를 했는데 해당 자료도 학교명을 가린 채 제출했다고 한다.
● 의대 교수 “전문가 30∼50명이 정부 자료 검증”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변호인을 통해 정부 제출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문가 30∼50명을 투입해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의사들은 정부의 2000명 증원및 배정이 밀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탄원서와 함께 일본 의사수급분과회 회의록 번역본, 일본 의사 증원 결정 과정 번역 자료와 의대 증원에 대한 의협 입장문 등을 참고 자료로 제출했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면밀한 검토와 신중을 기해야 할 의대 정원 정책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 왔다”며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이뤄진 행위는 법원이 법률적 판단을 통해 원상회복시킬 의무가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2심 재판의 향방을 가늠하기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재판부가 정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만으로 1심과 다른 결론을 염두에 뒀다고 보긴 어렵다”며 “원고 자격 측면에서 의대생 등이 정부 결정으로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는지 따져봐야 하고, 원고 자격을 인정하더라도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및 배분 근거가 어느 정도 소명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 강행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증원 주장은) 한마디로 말하면 건물을 짓는데 철근을 빼고 대나무 넣는 걸로도 모자라 수수깡을 넣겠다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와 필수의료 패키지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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