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법원에 제출한 의대 2000명 증원 및 배정 관련 자료 3건 중 2건이 보도자료나 성명서, 언론 기사 등 기존에 공개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단체는 “2000명이란 증원 규모가 결정된 과학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주 예정된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기각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 정부 “내겠다”던 회의록, 명단 안 내
정부는 10일 집행정지 항고심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에 총 55건의 자료를 제출했다. 이 중 37건(67.3%)은 이미 공개된 자료였다. 종류별로 보면 보건복지부의 의대 증원 보도자료를 포함해 보도자료·보도참고자료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등 성명·브리핑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쓰러져 사망한 간호사를 다룬 기사를 포함해 기사 6건도 제출했다.
의대 증원 및 배정을 논의한 4개 회의체 관련 자료는 5건 제출됐는데 회의록이 제출된 건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뿐이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전문위 회의록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제출된 건 ‘전문위 회의 결과’ 문서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문서에 회의록에 준하는 수준으로 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을 논의한 의대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와 관련해서도 의사단체 등에서 요구한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배정위 명단 실명 공개는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익명 처리를 하되 의대 교수인지 부처 공무원인지 등은 알 수 있도록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출된 ‘2025학년도 의대 학생 정원·모집인원 배정 결과’ 등을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배정위원 명단도 없고 구체적인 회의 내용도 없었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교육부는 “위원들 개인정보 사항은 비공개한다는 기존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의사단체 “과학적 근거 없고 재탕 자료 대부분”
정부는 2000명 증원의 근거로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 3개 외에 의사 수 수급 추계 자료, 통계청 고령자 통계 등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자료를 분석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2000명의 과학적 근거라고 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또 대부분 정부나 시민단체가 기존에 발표한 자료”라고 평가절하했다.
정부 제출 자료를 열람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의대별 정원 배분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가서 진행한 실태조사 내용이 없다”며 “어떤 의대는 현장조사에서 교육 과정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걸로 평가됐는데 10명 미만이 배정됐고 어떤 의대는 총장 면담 위주로 진행했는데 70, 80명이 배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 여건이 검증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배정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도 “각종 회의체는 이미 정해진 정책에 동의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의교협과 대한의학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자료를 토대로 2000명 증원 과정을 검증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반면 복지부 관계자는 “2000명 증원 결정은 정책적 판단이며 그 근거와 과정 등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제출했다”며 의사단체 주장을 반박했다.
재판부는 내년도 입시 일정 등을 감안해 13~17일 중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내년도 입시에선 의대 증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기각할 경우 각 의대가 신청한 모집 인원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1489~1509명 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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