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관광지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30대 한국인 남성 시신이 시멘트로 채워진 드럼통에 담긴 채 발견된 가운데 피해자의 신체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고문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태국 현지 공영방송(TPBS)은 이날 노파신 풀사왓 태국 부경찰청장이 파타야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인 A 씨(34·남성)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는 발견 당시 손가락이 모두 절단된 상태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TPBS는 이와 관련해 “피해자의 손가락이 어떻게 잘렸는지는 법의학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만약 사망 전에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고문의 일환, 사망 후라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태국 경찰은 피의자 3명 중 2명은 한국과 인근 국가로 도주했고 나머지 1명은 아직 태국 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국내로 도주한 피의자 B 씨(20대·남성)의 경우 지난 12일 오후 7시 46분경 전북 정읍에서 긴급 체포됐다.
피해자 A 씨는 지난달 30일 태국 파타야에 관광 차 입국했다. 그는 지난 2일까지 방콕 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고, 3일 새벽 한국인 남성 2명을 따라 파타야 방향으로 떠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이들은 트럭으로 차량을 갈아탄 뒤 파타야 마프라찬 호수 인근에서 숙소를 빌렸다. 같은 날 오후 3시 10분경 피의자 2명이 인근 가게에서 200리터 검은색 드럼통을 구매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태국 경찰은 A 씨가 이 시점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후 지난 4일 오후 9시경 피의자 B 씨 등은 트럭에 검은색 천을 덮고 숙소로 빠져나갔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저수지 근처에 1시간가량 주차했다가 숙소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저수지에 잠수부를 투입해 시신을 찾아냈다.
피의자들은 지난 7일 A 씨 모친에게 “A 씨가 마약을 물에 버려 손해를 입혔다. 300만 밧(한화 약 1억 1000만 원)을 몸값으로 내지 않으면 아들이 살해당할 것”이라는 내용의 협박 전화를 했다.
이에 A 씨 모친은 곧바로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신고했고, 태국 경찰이 실종된 A 씨의 수사에 나서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현지 경찰은 피의자들과 A 씨가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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