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는 아이 데리고 출근하셔도 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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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 저출생 극복 과제 발표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전국 첫 운영… 방학기간 돌봄 걱정 줄이는 데 도움
100대 과제에 1조2000억 원 투입… 남녀 만남 주선부터 양육까지 책임

13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실행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13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실행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올해 7월 자녀를 데리고 출근해 근무할 수 있는 사무실 제도를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다. 방학이면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학원 여러 곳을 보내는 이른바 ‘뺑뺑이’를 시키는 부모가 적지 않아서다. 출근 후 해당 자녀들은 교육 전문기업이 운영하는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해 알찬 시간을 보낸 뒤 부모가 퇴근할 때 함께 귀가한다. 경북도 청년정책과 한 직원은 “방학 때마다 돌봄 때문에 걱정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행정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13일 이런 내용으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과제를 발표했다. ‘아이 동반 근무 사무실’ 제도는 도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정책이다. 도는 올해 1월 ‘저출생 전쟁’을 선포하고 전담 부서인 ‘저출산과 전쟁 본부’를 신설한 뒤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직접 브리핑을 했다. 이 지사는 “개인적으로 핵폭탄, 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저출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유지하려면 연간 60만∼70만 명이 태어나야 하는데 현재 출생은 20만 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해마다 40만 명이 사라진다. 어떤 전쟁도 그렇게 많은 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임계점을 넘어 더 이상의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며 “국가 구조의 개혁과 의식 대전환이 절실하다. 역사적 위기 때마다 구국에 앞장섰던 경북도가 벤치마킹 사례를 보여주겠다”고 덧붙었다.

이날 도는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20대 핵심을 포함한 100대 과제를 공개하고 예산 1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만남과 출산, 양육, 주거에 필요한 경제적 지원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도는 저출생 전주기 대응을 목표로 △만남 주선 △행복 출산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6개 분야로 필승전략을 나눠서 100대 과제를 추진한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수립한 20대 핵심 과제를 완성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한다.


우선 도는 청춘 남녀의 만남이 저출생 극복의 첫 관문이라는 판단에 따라 결혼정보회사 역할을 도맡는다. 미혼 남녀들이 취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청춘 동아리’를 운영하고 여름휴가와 크리스마스에는 매칭 이벤트를 진행하는 ‘솔로 마을’을 가동한다. 여기서 커플이 된 연인에게는 국제 크루즈 여행을 제공하고 결혼까지 ‘골인’하도록 돕는다.

도는 행복 출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남성 난임 시술비와 냉동 난자 보조 생식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에게 난소 기능과 정액 검사까지 지원하는 등 출산을 위한 모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또 산모들의 빠른 산후 회복과 신생아들의 성장을 돕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거점형 공공산후조리원도 꾸준히 확충할 계획이다.

도는 온 동네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아파트 1층과 돌봄 기관을 활용해 전문교사와 자원봉사자, 소방 및 경찰관이 포함된 공동체가 온종일 아이들을 챙기는 가칭 ‘우리 동네 돌봄 마을’을 곳곳에 만들 계획이다. 국가 저출생 극복 시범도시인 ‘돌봄 융합 특구’도 구축해 월세, 전세, 큰 집 마련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도는 저출생 극복 특별법과 육아기 근로자 단축근무 의무화 등 저출생 극복을 위한 법 제도를 마련해 제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건의할 계획이다. 이 지사는 “후손과 나라를 위해 저출생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저출생 극복 과제#아이 동반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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