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학칙 개정 이달 내 끝날 듯…유급 문제가 숙제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19일 15시 13분


코멘트

지난 17일 기준, 증원 32곳 중 21곳 개정 사실상 끝
나머지는 대다수 국립대…개정 절차 재개 등 "속도"
반발 여지 있으나 정부 '조치' 압박 속 가능성 희박
대교협 심의 끝나면 의대 입시안 행정 조치는 종결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이 문제…"조치 고심"

ⓒ뉴시스
의과대학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정부 승소 취지 결정으로 대학들이 학칙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부분 이달 안에 개정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19일 뉴시스 취재진이 대학들의 설명을 종합한 결과, 지난 17일 기준으로 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대학 32곳 중 16곳이 관련 학칙 개정을 끝마쳤다.

지난 8일 교육부 집계에선 고신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동국대 와이즈·동아대·영남대·울산대·원광대·을지대·전남대·조선대·한림대 등 12곳이 개정을 완료했다.

추가로 건양대와 계명대, 인제대가 개정된 학칙을 공포했고 아주대도 지난 16일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의결해 총장의 공포 절차만 남겨 놓은 상태다.

나아가 학교법인 이사회 승인 절차만 남은 사립대 5곳을 합하면 총 21곳(65.6%)에서 개정이 사실상 끝났다.

앞서 16일 인하대는 대학평의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법인 이사회 단계만 남겨 놓고 있다. 차의과대도 오는 20일 법인 이사회를 열고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가천대는 5월 말 법인 이사회를 열 예정이며, 가톨릭관동대 측도 “다 끝났다. 이사회 통과만 남았다”고 했다.

건국대 글로컬(충주 분교)도 오는 24일 법인 이사회를 열고 학칙 개정안을 의결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성균관대는 5월 말 교무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를 소집해 학칙 개정을 끝마친다는 방침이다.

남은 대학은 대부분 국립대다. 교수사회 영향력이 사립대보다 강하고 절차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총장이 주재하고 보직교수들이 참여하는 ‘교무회의’(학무회의) 뿐 아니라 ‘교수회’(교수평의회), 평교수·직원·학생들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일부 대학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학사운영위원회, 규정심의위원회 등 내부 심의를 밟도록 한 곳도 있다.

절차를 늦출 수 있는 변수는 교수사회 반발이다. 부산대가 지난 7일 교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처음 부결시킨 바 있다. 이어서 경북대·제주대도 교수회가 학칙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부결시켰던 바 있다.

하지만 다수 대학이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의 의대 증원 취소소송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 ‘기각·각하’ 결정 이후 절차를 재개하는 분위기다.

우선 부산대는 지난 17일 취임한 최재원 신임 총장이 오는 21일 교무회의를 소집한다. 당초 28일로 잡혀 있던 일정을 1주일 앞당겨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이다. 교무회의가 학칙 개정안에 대한 최고심의기구라 재의결되면 절차가 사실상 종료된다.

경북대는 개정안을 부결시킨 교수회에 대학 본부에서 재심의를 요청했다. 오는 23일 교수회가 회의를 갖고 재심의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 본부 측은 오는 24일 대학평의원회 소집도 추진 중이다.

제주대는 본부 측이 교수평의회와 대학평의원회에 부결됐던 학칙 개정안을 재심의 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여기에 대학평의원회 상정을 보류했던 강원대도 학칙 개정안을 이번주 중 상정해 심의하기로 했다.

경상국립대는 당초 다음주 잡혀 있던 학무회의 일정을 이번주로 앞당기기로 했다. 학칙 개정안이 의결되면 교수대의원회와 대학평의원회 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 교수들의 경우 (의대 증원이) 맞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학교 위상과 경남의 지역 의료 상황을 고려하면 거점 국립대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전북대는 이번주 교수회 심의를 마치고 늦어도 이달 말까지 학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열 계획이다. 충북대도 오는 21일 오후 교무회의를 소집해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고, 이후 대학평의원회 심의에 나선다.

이달 안에 개정이 불투명하다고 밝힌 곳은 2개교였다.

충남대는 절차 자체가 늦다는 입장이다. 오는 20일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끝난다. 이어 규정심의위원회, 학무회의, 대학평의원회 순으로 심의를 해야 한다. 대학 측은 개정 완료 시점을 6월 중하순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료원 측은 “별다른 절차가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와 국립대 당국자들은 교수사회의 반발 여지가 남아 있다면서 대학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나서 “대학별 학칙 개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 사항”이라고 압박한 만큼, 대학들이 더는 ‘반기’를 들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의료인 양성을 위한 모집 정원은 각 대학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대학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교육부 장관은 시정명령과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또한 교육부는 아무리 개정 절차가 늦어져도 학칙이 고쳐지기만 한다면 의대 증원에 큰 무리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대학별 학칙에 반영하는 절차는 마무리에 들어갔다.

정부는 의대 전체 40곳의 기존 입학정원(3058명)을 5058명으로 늘리되, 국립대 건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해 2025학년도 모집인원에 한해 입학정원 증원분을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 조정해서 뽑도록 허용했다.

학칙의 입학정원과 입시에서 실제 선발하는 모집인원은 다른 개념이다.

입시 모집인원을 늘리려면 먼저 학칙 입학정원을 늘려야 하는 게 원칙이다. 입시에서 취약계층 등을 위한 ‘정원 외 전형’ 외에 입학정원을 초과한 인원을 모집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대학들은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먼저 늘려 제출하고 학칙(입학정원)은 개정한 뒤 사후 보고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이번주 중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갖고 늘어난 의대 모집인원이 담긴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가 끝나고 대학들이 시행계획과 수시 모집요강을 공표하면 대학원인 차의과대를 제외한 2025학년도 의대 39곳의 모집인원은 1469명 늘어난 4487명으로 확정된다. 차의과대를 합하면 1489~1509명 증원된다.

이는 의료계의 의대 증원 취소소송 집행정지 관련 대법원 재항고와 의대생들의 항고심 등은 고려하지 않은 절차다.

이후 의정합의가 없다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개정된 학칙에 따라 40개교에서 최대 5058명을 선발하는 ‘2000명 증원’이 회복될 수 있다.

다만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가 결정문에서 “의대 정원을 2025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헌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보호되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 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 점은 변수다.

이는 법원이 제시한 일종의 ‘타협안’으로 해석됐다. 재판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의 50~100% 자율 조정 모집을 거론하면서 이후의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대학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대학 당국의 절차가 마무리되면 의료계 반발은 계속되고 외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도 하지 못한 채 유급 위기 ‘초읽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국립대 총장은 “국시를 연기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효성이 얼마나 될까”라며 “의정갈등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이대로 5월 말이 되면 교육부는 자기 할 일은 끝났으니 학사는 대학에 맡기고 손을 털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교육부와 대학은 학생들이 유급을 하든 휴학을 하든 내버려 둘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 문제가 끝나면 의대생 학사 문제는 어떻게 하든 수를 내야 한다”며 “주말 사이에 학사 문제를 어떻게 할 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