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에 연루된 청소년이 급증하자 서울 경찰이 청소년 범죄 경보인 ‘긴급 스쿨벨’을 발령하고 집중 단속과 실태조사에 나섰다.
19일 서울경찰청은 청소년 도박 예방과 대응을 위해 20일부터 서울 내 학교 1374곳과 학부모 78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첫 긴급 스쿨벨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긴급 스쿨벨은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경우 학교와 학부모에게 주의 및 대응 요령 등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서울에 도입됐다. 경찰은 지난해 10월에도 청소년 도박과 관련해 긴급 스쿨벨을 울린 바 있다.
이번 긴급 스쿨벨 발령은 연초부터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이 감지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에서 검거된 청소년 도박 사범은 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명) 대비 약 3배로 늘었다.
특히 경찰은 청소년 사이에서 판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의 사채를 쓰는 등 2차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이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에게 10만 원 안팎을 빌려준 뒤 7일 이내의 단기간에 20~50%에 달하는 고금리를 붙여 상환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청소년에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이버머니 등을 먼저 입금해주고 추후 원금과 수고비를 받는 ‘대리입금’의 형태로 접근한다.
이런 ‘대리입금’을 한 번 이용한 청소년은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되기도 한다. 돈을 늦게 갚으면 지각비를 요구하면서 협박하는 방식인데, 피해 청소년이 도박 사실을 가족이나 학교에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로 올 3월에는 사이버 도박으로 한 달 사이 1600만 원을 잃은 한 중학생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를 저지르고, 대리입금을 통해 300만 원을 빌렸다가 고금리의 빚 독촉을 받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20일부터 두 달간 서울 시내 학교와 학부모 대상으로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또 9월까지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와 대리입금 운영을 단속하고 수사하기 위해 ‘첩보 집중 수집 기간’을 운영한다. 관계기관과 연계해 중독 청소년의 상담과 치료도 연계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2022년 4월부터 2년간 도박 중독 청소년 155명을 상담·치료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번 긴급 스쿨벨 발령을 통해 모든 국민이 청소년 도박과 대리입금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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