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서 7개월간 23만대 조사
착용 의무화에도 18.3%만 지켜
“뒷좌석 안전띠 단속강화를” 지적
경기 성남에 있는 대왕판교 고속도로 요금소.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로 접근하는 길목인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인공지능(AI) 기반 적외선 카메라와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근적외선을 통해 10인 이하 승용차의 내부를 촬영하면 AI가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한다. 이 기술로는 외부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틴팅(선팅) 차량도 식별해 단속할 수 있다.
AI 기술로 포착한 교통안전 인식 수준은 어땠을까. 19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7개월간 대왕판교 고속도로 요금소 상행선 승용차 23만1938대를 ‘안전띠 착용 자동검지시스템’으로 조사한 결과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18.3%로 집계됐다. 뒷좌석에 사람이 타고 있는 차량 10대 중 2대 남짓 안전띠를 맸다는 뜻이다. 2018년 9월 모든 도로에서 차량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해당 조사를 보면 나 홀로 운전차량에서는 안전띠 착용률이 88.4%,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만 있는 상황에서는 82.8%로 집계됐다. 하지만 뒷좌석 탑승자가 1명이면 안전띠 착용률이 20.3%, 2명인 경우 모두 안전띠를 맨 비율은 11.7%로 더 낮아졌다. 뒷좌석 탑승자가 3명인 상황에서 3명 모두 안전띠를 맨 차량은 1대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에 따르면 해외 국가 중 독일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6%에 달했다. 영국(92%), 프랑스(90%), 미국(78%) 등도 높았다. 일본도 43%로 한국보다 높다.
이 때문에 AI 기술로 뒷좌석 안전띠 미착용 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 교통사고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사망 교통사고 탑승자의 14%는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제대로 매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57.1% 줄어든다는 한국ITS학회의 연구 결과도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가족 단위 차량 등 탑승자가 많을수록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안전띠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불편하더라도 전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는 걸 생활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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