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한 대학병원을 찾은 60대 노인이 난감한 얼굴로 병원 접수 창구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는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는 등 제도 악용사례가 지속 발생하자 건강보험 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인 확인이 가능한 수단으로는 주민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 신분증이 있다. 또 모바일 건강보험증 또는 QR코드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편리하게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다.
문제는 모바일이 낯선 노인들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을 경우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과 달리 스마트폰에 능숙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은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
이날 정기적인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이 모 씨(70대)는 “주기적으로 오는 환자인데도 신분증 지참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신분증을 안 들고 왔으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는데 (내) 폰을 보더니 스마트폰이 아니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 한숨 지었다.
순번을 놓친 한 박영기 씨(68)는 “내 지갑이 우리 남편한테 있는데 잠깐 화장실을 갔다”며 “기다리는데 빨리 오지 않아서 그냥 번호표를 다시 뽑았다. 신분증만 받아 놓을 걸 그랬다”고 말했다.
병원도 환자들의 불만에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접수창구 직원은 “신분증이 없으면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꼭 지참해야 한다고 안내드리고 있다”며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영수증을 지참해 병원에 오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만 멀리서 오는 분들은 다시 오기 힘들다고 걱정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는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노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박 모 씨(51)는 “지난주에 동네 치과에 갔다가 안내문을 보고 오늘 신분증을 챙겨왔다”며 “그간 허술한 법을 틈타 부정수급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분증 확인 과정을 거치면 이러한 불법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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