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슬로바키아의 정치 분열과 총리 피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0일 22시 15분


중부 유럽에 위치한 슬로바키아는 원래 체코슬로바키아 연방에 속해 있었습니다. 1989년 민주화의 물결이 밀려들면서 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비폭력 대중 시위인 이른바 ‘벨벳 혁명’이 일어나, 1993년 슬로바키아도 분리 독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달 15일 이 나라의 총리 로베르트 피초(60·사진)가 총에 맞으면서 슬로바키아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잡힌 용의자는 71세 남성으로 지금까지는 배후 없는 단독 범행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슬로바키아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을 자국 내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연결시키는 분위기입니다.

슬로바키아는 공산정권의 붕괴 및 분리독립 이후에 심각한 정치 분열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진영으로 분열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이 악화된 건 2018년 잔 쿠치악 기자가 피살되고부터입니다. 당시 쿠치악 기자는 피초 총리가 속해 있는 사회민주당과 범죄 조직의 유착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벨벳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고 피초 총리는 결국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피초 총리와 그의 측근이던 장관, 하원의원 등은 뇌물 수수나 권력 남용 등 다양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피초 총리는 5년 뒤인 2023년 강력한 반이민 정책 등을 내세우며 돌아왔습니다. 23%의 표를 얻어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한 후 재집권한 피초 총리는 자신을 기소한 경찰 지도부를 제거하며 보복에 나섰습니다. 공영 TV와 라디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언론을 탄압한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또 공공연히 친러시아 노선을 표방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해 자유주의 진영을 비롯해 친유럽연합(EU) 세력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부패 처벌을 느슨하게 만드는 형법 개정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피초 총리 암살 시도는 이런 와중에 발생한 겁니다.

최근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매주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말이 나오는 지금의 슬로바키아는 선거로 얻은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슬로바키아#정치 분열#총리 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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