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상태였던 전처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도형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43)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A 씨는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정신적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A 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 사흘 전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 상태를 진단받았다. 병원 소견서에는 (피고인의)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나와 있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에게 “그럼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임신 상태인 것을 몰랐느냐?”고 물었고, A 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앞서 A 씨는 지난 3월 28일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미용실에서 이혼한 전처 B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현장에 있던 B 씨의 남자친구 C 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인근 CCTV 화면을 보면 전처 B 씨와 그의 남자친구 C 씨가 먼저 미용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잠시 뒤 흰색 차량이 미용실 앞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린 A 씨가 흉기를 주섬주섬 뒤춤에 숨기고 미용실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이후 격한 상황이 벌어지는 듯 커튼이 마구 흔들리더니 A 씨가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달아난다. 뒤따라온 C 씨가 A 씨를 붙잡으려 운전석 문을 열며 도주를 막았으나 역부족이었다.
당시 임신 7개월이던 B 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건 직후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태어난지 17일 만에 결국 사망했다.
범행 1시간 만에 전북 김제에서 긴급체포 된 A 씨는 이 과정에서 자해를 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경찰 조사가 가능한 정도로 회복했다. A 씨는 B 씨와 1~2년 전 이혼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B 씨는 C 씨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B 씨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혼한 아내와의 관계가 정말로 끝났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찾아갔다”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이날 검찰은 A 씨가 재범할 우려가 있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정신감정과 양형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재판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7월 23일 열린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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