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20년간 사소한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한 친아버지를 고소했다. 남은 가족들은 “너만 참으면 된다”며 아버지 편을 들어 공분을 사고 있다.
A 씨는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 11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당했다며 그 피해를 제보했다.
이에 따르면 아버지는 첫째인 A 씨에게 두 여동생 육아를 맡긴 뒤 ‘제대로 못 보살핀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광대를 때리거나 주위 물건을 던지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맞벌이였던 어머니는 이를 방관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아버지에게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는 “중학생 시절 친구로부터 ‘아빠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고 장난쳤는데 재밌었다’는 얘기를 듣고 관계 회복을 위해 아버지에게 슬쩍 장난을 쳤다”고 회상했다.
당시 A 씨는 “아이스크림 안 사 오면 오는 길에 안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그러자 아버지는 이를 협박으로 느끼고 노발대발하더니 A 씨 머리채를 잡고 공중에서 바닥으로 던진 후 배와 등을 발로 찼다고 한다.
또 A 씨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건너온 특정 종교에 다니라고 강요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며 “대신 고등학생 이후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보듬기 위해 교회에 다녔는데, 아버지가 성경책을 발견하시곤 밥상을 뒤엎었다. 아버지는 ‘날 따라 종교를 믿지 않으면 널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참다못한 A 씨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어머니가 이를 말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출동한 경찰한테 “아무 일 없다”며 돌려보낸 뒤, A 씨에겐 “집안 망신이다. 아버지가 전과자 되면 동생들 취업·결혼에도 문제가 생긴다. 너만 참으면 된다”고 달랬다.
그뿐만 아니라 A 씨가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했지만, 아버지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에 못 갔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부었다. 반면 아버지가 여동생 두 명에겐 손찌검 한번 없이 용돈을 쥐여주고 유학까지 보냈다고 한다.
성인이 된 A 씨는 아버지에게 “대체 왜 나만 학대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가만있는 딸을 왜 때리겠나? 아빠한테 반항했거나 또 어떠한 실수를 했을 때 때렸지. 네가 잘못 시인하고 ‘아빠 잘할게요. 미안해요’하면 됐을 텐데. 어쨌든 손 간 건 내 잘못이다”라며 딸이 잘못했기 때문에 때렸다고 말했다.
결국 A 씨는 혼자 집을 나와 가정폭력 쉼터에서 힘겹게 버텼다. 그러다 지난해 6월, A 씨가 어머니의 가게 일을 돕던 중 아버지와 우연히 마주치면서 사달이 났다. A 씨가 얼어붙자 아버지는 “내 친구 딸들은 애교도 부리는데 너는 왜 안 그러냐. 왜 복종하지 않냐”고 화내며 의자를 집어 들어 던지려고 했다.
A 씨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아버지는 특수폭행 혐의로 200만원 벌금형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지난 4월 아버지에게 사과문을 받았다.
아버지는 “돌이켜 보면 아빠의 보수적이고 와일드한 성격으로 네게 꾸중과 질타를 일삼은 것에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매일 가족과 스킨십하기, 집안일 하기, 휴일엔 가족과 함께하기, 엄마에게 공손히 대하기 등 4가지를 다짐하겠다”고 적었다.
정작 A 씨에 대한 다짐은 없었다. A 씨는 “이게 사과문인지조차 헷갈린다. 첫째 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학대를 당했다”며 “아버지는 벌금형 약식기소가 나오자 바로 이의제기를 해 정식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모님과 두 동생 모두에게서 연락이 끊겼다. 가정폭력은 제 잘못이 아닌 아버지의 잘못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어 제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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