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일은 제102회 어린이날이었다. 1923년 첫 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라며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한 방정환 선생의 글은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 선언문이다. 한국은 선각자 덕분에 아동의 권리 보장을 선도했던 국가였지만 현재 아동 권리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동 권리 지표 중 하나인 아동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꼴찌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매해 갱신하고 있어 ‘한국군의 새로운 적은 저출산’이라며 외신까지 우려하는 형편이다. 이와 더불어 ‘노키즈존’ 등 아동이 환영받지 못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4월에는 아파트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반대 민원이 발생해 아동을 반기지 않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가 노키즈존화하고 있다. 아동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동을 권리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기본 권리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온전히 보장하는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미 아동 관련 법이 많은데 왜 새로운 법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기존의 법들은 아동의 학대, 사망 등 문제를 사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제정돼 왔기 때문에 법률이 분절돼 보호 필요 아동이 누락되는 사각지대가 생기곤 했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 권리를 온전히 담지 못하고 아동을 보호나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헌법에도 아동이 주체로 등장하는 조항이 없다. 헌법에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명시하는 동시에 아동 권리를 규정하는 상위법인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며 현행법이 기본법의 이념과 원칙에 따라 개정돼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환경 등 사회 변화에 적절한 아동 권리 보장을 준비해야 한다.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과 법 제정뿐 아니라 아동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위원회 운영, 아동권리포럼, 아동권리인식개선 캠페인 등 아동 정책 및 사업에 아동의 직접 참여 기회를 제공해 아동 존중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어린이날에는 기념식 최초로 ‘아동 위원’이 축사를 하고, 8명의 아동 집필진이 아동 권리에 대한 연속 기고를 동아일보에 게재하는 등 아동 당사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했다. 또한 아동권리보장원 캐릭터인 ‘아리’를 활용해 10개 언어로 이주 배경 아동들의 꿈을 응원하는 영상을 제작·배포해 이들도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아동이 환영받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사회에서는 아동이 태어날 수 없다. 저출생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회적 경고다. 이 문제 해결은 정부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아이를 환영하고 존중하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사회적 실천이 모여야만 가능하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 권리’를 기관 명칭에 담은 최초의 공공기관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어린이날 하루가 아닌 365일 매일 아동이 환영받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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