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상소문’ 올린 응급실 전공의…“사직서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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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5월 2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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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54명 명의의 편지·수기집 전달
“응급의료 최전선 젊은이들 목소리 청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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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과정에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대통령을 향해 호소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과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2명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통해 ‘응급의학과 젊은 의사 54인’의 명의로 쓴 편지(상소문) 2통과 수기집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 2권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사직 전공의들은 편지를 통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의료의 최전선에서 자긍심을 갖고 일해 나가던 젊은 의사들이 왜 가장 먼저 사직서를 제출했는지 살펴달라”면서 “최일선에서 환자를 보기를 선택하고 한국의 의료 발전에 기여해온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와 대면해왔던 젊은 의사들이 사직 의사를 밝히고 병원을 떠난지도 100일이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사태 이전 의료 현장에서 직접 뵙고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다는 것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 전 서울역 전광판에 걸려 있던 공익 광고를 보았다”면서 “지하철과 라디오, 하물며 영화관에서도 같은 광고를 마주할 수 있었고,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내용이 몇 번이고 흘러나오는 광고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가 굳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의료 현장은 전광판 위가 아닌 환자의 곁에 있다”면서 “환자들조차 공공과 지방의 의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울로 발을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시기 환자와 의료진이 쌍방 신뢰할 수 있는 진료와 교육 환경,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 개혁의 방향대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젊은 의사들은 명확한 원칙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근거 하에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를 바라며 원점 재논의를 요청 드려왔다”면서 “환자의 곁에서 지속적으로 의료진이 최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고, 조건 없는 반대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바랐기 때문으로 정부에 대한 반기도, 아집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환경에서는 더 이상 스스로를 혹사하며 일할 수 없고, 최선을 다해 환자만을 진료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환자들을 가장 먼저 진료하고, 처치하며 그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왔고, 누군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면서 “모쪼록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한 사람인 의사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주시어 넓은 아량으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도자의 진가를 보여주십사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이 회장은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는 사직 전공의 54명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2장에 걸쳐 썼다”고 말했다.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은 전공의를 비롯해 응급실 젊은 의사 54명의 응급실 고군분투기를 수필·시·만화 등으로 풀어낸 수기집이다. 이 회장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의료의 최전선을 지키는 젊은 의사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삶의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응급실, 우리들의 24시간’은 초판 발행 20일 만에 5000부 완판을 기록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산하 출판사 ‘724’는 1쇄 완판 후 2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724’는 일주일 24시간 내내 열린 응급실을 상징한다. 판매 수익금 중 발행 원가를 제외한 나머지 전액을 조용히 싸움 중인 전공의들에게 전달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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