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간호사가 지켰더니 범법자가 웬말이냐! 21대 국회는 간호법안 즉각 통과시켜라!”
대한간호협회(간협)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전국 간호사 2만 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간협은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PA(Physician Assistant·진료 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집회를 앞둔 21일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100일 가까운 의료공백 상황에서 현장을 지키는 건 간호사”라며 “간호사들의 헌신이 ‘불법’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은 그간 의료법에 의사 등 다른 의료인들과 함께 규정된 간호사의 지위, 업무를 독자적으로 분리해 따로 명문화하는 법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PA 간호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작년 3월 23일 야당 주도로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같은 해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제정안에 포함된 ‘지역사회’라는 단어로 인해 향후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을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는 의사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약 보름 뒤인 5월 30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 재의결을 추진했으나 찬성 178명, 반대 107명, 기권 4명으로 최종 폐기됐다.
●“의료공백 메꾼 간호사, 불법 내몰지 말아야”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의 진료 행위 일부를 수행하는 PA 간호사는 불법이지만 대형병원 등에서는 이미 약 1만 명 이상의 PA 간호사들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심해지자 2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PA 간호사를 임시로 합법화했다. 집단 사직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비운 상황에서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의 일부를 맡긴 것이다.
탁 회장은 “PA 시범사업은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을 규정할 뿐 간호사의 업무 책임과 권리, 보상 등을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정교한 법적 안전망이 있어야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협은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티슈처럼 뽑아 쓰고 버리는 노동자’로 소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공의 공백으로 환자 수가 줄고 경영난이 심화되자 대형병원들이 간호사들에게 무급 휴직을 종용하거나 본래 업무가 아닌 타 병동 근무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 간협은 2월 의료 공백 사태 발발 이후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1일까지 249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간호법 반대 의사 주장은 모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한 의사 단체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의사의 전문 업무 영역을 침해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간호사들이 병원을 개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탁 회장은 이러한 의사 단체들의 입장에 대해 “모순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근무에 내몰리고, 의대 교수들도 과로에 노출된 상황에서 암암리에 이미 의사 업무를 분담하고 있던 PA 간호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취지다.
탁 회장은 “선진의료에선 의사와 간호사, 다른 직역들이 팀워크를 이뤄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간협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정부가 합의를 이룬 안이므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작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 여야 의원이 낸 3개 안과 이를 토대로 보건복지부가 낸 수정안엔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 표현과 간호조무사 학력 관련 규정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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