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이른바 ‘VIP(대통령) 격노설’이 언급된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또 최근 해병대 고위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면서 “김 사령관과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게서 여러 차례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내용을 언급한 녹취 파일을 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령관이 자신의 참모와 통화하던 중 이런 내용이 언급됐다고 한다. 공수처가 대통령 격노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내용의 언론 발표를 준비했지만, 당일 김 사령관이 이를 취소시키며 “VIP(윤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사령관은 군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 재판에서 “박 대령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박해왔다. 김 사령관은 최근 공수처에서 받은 두 차례 조사에서도 대통령 격노설을 본인이 얘기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박 대령과의 대질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또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은 한 해병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8월 1일 해병대 내부 회의에서 김 사령관이 대통령 격노설을 언급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 조사에서 “김 사령관이 ‘대통령실에 있는 사람들 얘기를 건너 들어보니 대통령이 격노했다더라’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박 대령 외의 인물이 김 사령관에게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은 이 관계자가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또 회의 참석 이후 이어진 저녁 자리에서도 박 대령으로부터 대통령 격노설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국방부 지시를 무시하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해병대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 이후에도 박 대령은 이 관계자에게 대통령 격노설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김 사령관과 박 대령으로부터 들은 이런 내용을 모두 공수처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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