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020년부터 ‘한국판 뉴딜 정책’ 일환으로 추진한 ‘인공지능(AI) 데이터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돼 당시 만들어진 데이터 3분의 1 이상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이 데이터 구축에 투입된 국가 예산 1148억여 원이 낭비된 셈이다.
감사원은 23일 사업을 주도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지능정보원)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AI 허브’란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이 AI 학습용 데이터 1300여 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0년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7.5배 늘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이 사업에만 총 2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2020∼2021년 진행됐던 데이터 구축사업 총 360종을 점검한 결과 이 중 33.8%인 122종의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저품질 데이터’도 168종이나 됐다.
한 민간업체는 2020년 닭들의 행동 패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찍어올리는 사업을 수행했는데, 계약상 찍어올려야 하는 사진의 0.2%만 제출했다. 정부가 이 사진을 온라인 사이트에 공개하면 기업이나 개인이 AI에게 사진들을 학습시켜 가축이 병에 걸렸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닭들의 다양한 행동이 담긴 사진 1000장을 올리겠다”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닭 수백 마리가 모여 있는 양계장의 사진 몇 장을 찍어 제출했다. 하지만 지능정보원은 이를 감독하지 않고 방치했다.
전국 도로의 폐쇄회로(CC)TV 교통영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업을 수행한 한 업체는 사업비를 받고도 일부 데이터를 2년 2개월 가까이 플랫폼에 올리지 않았다. 업체가 데이터를 제대로 제출했지만 지능정보원이 이 데이터를 2년 가까이 민간에 공개하지 않고 방치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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