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前임원, 친정 상대 특허소송… 美법원 “혐오스럽다”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4일 03시 00분


前IP센터장, 특허회사 차려 소송
법원 “회사 기밀 빼돌려 불법 행위”
해당 특허 관련 추가소송 금지시켜

2024.1.22. 뉴스1
2024.1.22. 뉴스1
삼성전자 전직 임원이 불법적으로 기술을 빼돌린 뒤 이를 악용해 회사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미 법원은 전직 임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치주의에 반하는 혐오스러운(repugnant) 행위”라고 비판하며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이례적으로 해당 특허에 대해 추가 소송 제기를 금지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은 9일(현지 시간)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설립한 특허법인 시너지IP와 미국 이어폰·음향기기 업체인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안 전 부사장 등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소를 제기해 “부정직하고 불공정하며 기만적”이라며 “삼성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은 2010∼2019년 삼성전자 IP센터장으로 지식재산권(IP) 업무를 총괄한 ‘특허통’이다. 삼성 특허 수장으로서 애플, 화웨이 등을 상대로 한 굵직한 소송도 이끌었다. 하지만 퇴사한 뒤 2021년 11월 ‘친정’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는 삼성 IP센터 출신인 조모 전 수석도 참여했다. 두 사람은 재직 당시 회사 지원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법원은 특허침해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소송 자체가 불법적으로 제기됐다고 봤다.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수석이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회사 기밀을 시너지IP와 테키야에 빼돌린 뒤 이를 활용해 소송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와 이어폰 ‘갤럭시 버즈’에 적용한 ‘빅스비’ 등에서 테키야의 특허를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부사장은 부정 행위를 감추기 위해 안티 포렌식(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지우는 기술)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신들 기기에 설치하고 말 맞추기를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미 법원은 불법 행위들의 심각성을 고려해 해당 특허 기술로는 앞으로 추가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법원은 “삼성의 내부 기밀정보를 활용해 소송을 유리하게 진행한 행위는 변호사로서 삼성에 대한 성실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들의 부정 행위가 미국 캘리포니아·뉴욕주 변호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도록 판결문을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특허 소송#미국법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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