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사와 소송 중인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법정에서 직접 탄원서를 낭독하며 심경을 밝혔다.
25일 이승기의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 등에 따르면 이승기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 심리로 열린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의 민사소송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이날 이승기는 탄원서를 직접 낭독했다. 그는 “10대부터 30대까지 후크와 함께했다. 진실하게 음원료에 대한 존재를 알리고 정산을 깔끔하게 해줬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아 울컥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승기 정도 되는 연차의 연예인, 이 정도로 남들에게 이름을 알린 연예인이 어떻게 20년 동안 이런 당연한 권리를 모르고 지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며 “연예인을 준비하면서부터 그와 동시에 권진영 대표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승기는 권 대표로부터 “길거리에서 아무나 데리고 와도 너보다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데뷔 때부터 권 대표는 출연료나 계약금같이 돈에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을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했다”며 “돈 문제를 언급하면 매우 화를 내면서 저를 돈만 밝히는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였다”고 했다.
그는 “제가 미성년자이고 사회 경험이 없는 점을 악용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그것이 가스라이팅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대표에게 음원료에 대해 물어보자 권 대표가 ‘너는 마이너스 가수다, 가수 활동은 그냥 팬 서비스라고 생각해라’고 했다”며 “개인법인을 설립한 곳에서 가수 활동 이어가겠다고 정산서를 달라고 했을 때도 ‘없다’고 해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속여온 회사와 권 대표에 대해 큰 배신감을 느꼈다”며 “이 사건을 통해 더 이상 나와 같이 어린 나이에 데뷔한 후배 연예인들이 비슷한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미정산금은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승기가 데뷔한 해인 2004년부터 그와 관련된 모든 정산 자료를 USB 메모리에 담아 이승기 측과 재판부에 각각 제출하라고 변론기일에서 후크 측에 명령했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그동안 후크는 영업상 비밀 등의 사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는데 이날 재판부가 가리는 부분 없이 원자료를 제출토록 정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승기와 후크는 정산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2022년부터 재판 중이다. 이승기는 정산금을 둘러싼 갈등으로 18년간 몸담았던 후크와 2022년 결별했다. 이후 1인 기획사에서 활동하다 올해 빅플래닛메이드엔터에 합류했다.
빅플래닛메이드엔터 측은 “후크는 지난 2014년 제정된 대중문화예술산업법에 따라 모든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별로 회계 장부를 따로 만들어야 했지만 이조차도 하지 않았음을 법정에서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후크 권진영 대표로부터 '마이너스 가수'라는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이승기와 같은 일을 후배들이 절대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싸움에 든든한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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