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달라고 청구한 것을 법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기각했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서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11월 사실혼 배우자 B 씨 명의의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고 B 씨 명의의 승용차도 사용했다. 그러나 자신이 1인 가구이고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며 신고한 뒤 기초생계급여 150여만 원을 지급받는 등 2021년 11월까지 2528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1심 과정에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재판에 참석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항소심에서도 자신이 수급권자라는 이유를 들어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지만, 이번엔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은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변호인 조력 없이 진행됐고, 재판부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이 선고한 벌금 500만 원이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에 따르면 A 씨가 경제적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이 공판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A 씨의 청구를 기각한 채 공판을 진행했다”며 “이런 조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A 씨는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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