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혐의 기초수급자 ‘국선변호인 선임 요청’ 기각…대법 “재판 다시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6일 15시 00분


기초생활수급자가 국선변호인을 선임해달라고 청구한 것을 법원이 특별한 이유 없이 기각했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서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11월 사실혼 배우자 B 씨 명의의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하고 B 씨 명의의 승용차도 사용했다. 그러나 자신이 1인 가구이고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며 신고한 뒤 기초생계급여 150여만 원을 지급받는 등 2021년 11월까지 2528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1심 과정에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재판에 참석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항소심에서도 자신이 수급권자라는 이유를 들어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지만, 이번엔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은 A 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변호인 조력 없이 진행됐고, 재판부가 A 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이 선고한 벌금 500만 원이 유지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에서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에 따르면 A 씨가 경제적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이 공판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A 씨의 청구를 기각한 채 공판을 진행했다”며 “이런 조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A 씨는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선변호인#기초생활수급자#부정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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