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난해 세수 1988억원 감소
지자체 재정자립도 1.7%P 하락
도로 보수-복지사업 등 중단 속출
“서울처럼 공동재산세 도입 검토를”
“도로 곳곳이 균열이 생기고 깨져 있어 재포장이 시급한데…. 땜질 보수만 하네요.”
이달 22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만난 운전자 박모 씨(48)는 “지방자치단체가 그렇게 자주 하던 도로 포장도 이제 돈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한다. 예산이 남아 연말마다 도로를 갈아 엎는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인천의 관광 명소 소래포구와 이어지는 이 일대 도로 5km 구간은 곳곳이 아스팔트가 깨지고 페인트가 벗겨져 제 모습을 잃은 상태였다. 남동구는 올해 38억 원을 들여 이 도로를 재포장하기로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보류했다. 남동구는 같은 이유로 올해 대학생 행정체험 연수 등 다른 지원사업도 중단했다.
● 세수 부족에 몸살 앓는 지자체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 의정부시는 올해 16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만 24세 청년에게 1년에 100만 원을 주는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중단했고,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지원하는 사업도 못 하게 됐다.
지자체의 돈줄이 마른 것은 지역 경기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거래 감소 여파 등으로 지난해 지방세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해 세수가 전년보다 1988억 원이나 줄었고, 부산도 2160억 원이 덜 걷혔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 스스로 살림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7%포인트 하락한 43.3%에 그쳤다. 높은 재정자립도로 유명한 경기 화성시도 50.2%로 지난해보다 10.9%포인트나 줄어들었고, 경기도 전체의 재정자립도(55.1%)는 지난해보다 5.4%포인트 떨어졌다.
세수가 줄면서 기초지자체로 가는 교부금도 감소하고 있다. 남동구는 올해 인천시에서 받는 교부금이 지난해보다 184억 원 줄었고, 부평구도 1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교부금 감소는 남동구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아 교부금 의존도가 큰 기초지자체에 특히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광역지자체의 세수가 줄다 보니 이를 재원으로 하는 기초지자체가 받는 교부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인천시는 올해 다른 기초지자체에 줄 교부금 중 일부를 남동구(57억 원)와 부평구(22억 원)에 먼저 주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인천에선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 “공동재산세로 세수 격차 줄여야”
세수 부족에 지자체들은 시설 보수나 복지 사업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최대한 중단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의 주 수입원인 재산세 수입도 부동산 공시지가 하락으로 급감하고 있어 뚜렷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가 근본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으면 세수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초지자체별로 재산세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서울에서 시행 중인 ‘공동재산세’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동재산세는 서울시가 강남 3구와 다른 자치단체의 재산세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재산세의 50%를 시가 걷어 25개 자치구에 동등하게 배분하는 제도다. 실제 인천의 경우 지난해 서구(1975억 원)는 옹진군(82억 원)의 24배에 달하는 재산세를 걷었는데, 공동재산세가 시행되면 이런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창훈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경제와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선 세수 부족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며 “인천과 부산 등에선 신도심과 구도심 간 개발 차이로 세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공동재산세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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