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오현 씨(32)는 중학생 때를 시작으로 5번에 걸쳐 2년이 넘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왔다. 27세 땐 직장에서 질책을 받은 뒤 자신감을 잃고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성 씨는 “가족들을 보는 게 부끄러워서 화장실을 갈 때 빼고는 문밖으로도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식사도 집이 비었거나 다들 잘 때만 했다”고 말했다.
성 씨처럼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는 ‘은둔형 외톨이’는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런 청년들이 점차 미국이나 스페인 등 서구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은 2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본에는 150만 명, 홍콩에는 5만 명, 한국에도 24만 명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일본의 ‘히키코모리’는 생활비 상승, 임금 정체 등 경제 문제에 더해 남성들에게 투영되는 성별 역할의 부담이 반영된 문제로 분석된다. 한 일본 남성은 CNN에 아픈 부모를 간호하며 돈도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5년간 은둔 생활을 했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만남 감소로 청년들의 은둔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판에 민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완벽주의자’ 성향의 청년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성 씨는 2019년 은둔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공유주택)에 입주한 뒤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과 소통하며 점차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CNN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은둔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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