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캐디도 ‘직장내 괴롭힘’ 보호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7일 03시 00분


상사 폭언 시달린 끝에 숨진 캐디
대법, 사업주에 첫 배상판결 확정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예방 의무 등을 소홀히 했다면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도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2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건국대 법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근무하던 배모 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건국대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17일 확정했다.

배 씨는 2019년 7월부터 경기 파주의 한 골프장에서 특수고용직 캐디로 일하면서 1년 가까이 상사의 폭언과 모욕에 시달리다 2020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배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고용부는 “행위 자체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배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은 사업주가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하고 배 씨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며 건국대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법인이 유족에게 약 1억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배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을 받은 점과 사업주가 예방·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해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역시 “건국대 법인은 배 씨를 보호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사망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수고용직을 고용한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특수고용직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건국대 법인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특수고용직#직장내 괴롭힘#예방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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