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화상병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 ‘과수 암’으로 불리는 부란병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충북도와 해당 지역민에 따르면 전날 충주시 동량면, 제천시 백운면, 음성군 금왕읍, 단양군 대강면 등 과수원 4곳에서 과수화상병 감염이 확인됐다.
이로써 도내 과수화상병은 충주 24건(5.9㏊), 제천 4건(1.4㏊), 음성 4건(7㏊), 단양 3건(0.8㏊), 괴산 1건(0.01㏊) 등 36건으로 늘었다. 누적 피해 면적은 15.2㏊에 달한다.
도내 과수화상병은 지난 13일 충주시 동량면에서 첫 발생 이후 급격히 확산하는 모양새다. 피해 규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23건 5.8㏊에 비해 건수는 1.5배, 피해 면적은 3배 가까이 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란병까지 확산하자 농민의 주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피해 지역 농민들은 “이쯤 되면 정부와 자치단체가 농약과 갱신 비용 일부라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수화상병과 달리, 부란병은 광범위하게 흔히 발생하는 ‘일반 과수병’으로 분류돼 자치단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제천시 봉양읍에서 평생 사과 농사를 짓는 이영호 왕미작목반장(72)은 “현재 과수나무의 90% 이상이 부란병에 걸려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있고, 어떤 농가에선 40그루를 넘게 베어 내는 등 심각하다”며 “마치 저 알코올 소주처럼 농약이 점점 순해지면서 약발이 잘 받지 않아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다.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농약의 약효는 약해지는 데 가격은 점점 올라 경영비 부담에 잠이 잘 안 온다”며 “이대로 간다면 올가을 수확에선 과실이 절반도 열리지 않을 텐데, 뭐 뾰족한 수도 없다”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전국적으로도 ‘사과의 고장’으로 유명한 충주와 청정 지역 보은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9000평에 달하는 사과 농사를 짓는 유성종 충주시외촌작목반장(61)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병이 껍질 안쪽에서 시작하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관찰한다 해도 발견하기 어렵다”며 “나무 표면에서 붉은색 병증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아직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지 않은 보은 지역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충북원예농협의 한 관계자는 “부란병 발생 부위에 뿌리는 스프레이가 동이 날 정도로 보은도 확산세가 심상찮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이 매년 되풀이하면서 농가에선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제천의 이 작목반장은 “경영비 부담과 과수병 탓에 제천에서도 10년 새 과수원 절반이 사라졌다”며 “매년 과실도 거의 절반밖에 열리지 않아 수익도 해마다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농민들은 죽어가는데 국가에서 관리하는 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다”며 “국가와 자치단체가 다른 과수나무를 심는 갱신 비용이라도 일부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천시농업기술센터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렵지만 농가 현장 지도나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란병은 가지나 굵은 줄기를 가해하는 병으로 병원균의 침입력이 약해서 상처를 통해 침입하지만, 피해가 확산해 가지 또는 나무 전체를 죽이기도 한다. 주로 봄과 가을에 발병이 심하며 여름에는 거의 진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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