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28일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회에는 “현재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가능한 증원은 내년도에 일단 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제대로 된 의사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달 초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던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수가 사직을 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일 때 사실상 교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저를 키워준 병원을 어떻게든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도 “환자들이 사직서 냈느냐 언제까지 일하느냐고 종종 물어보시는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며 “눈앞에 환자가 있는데 다른 생각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서 같이 손을 잡고 환자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509명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수험생에게 중요한 건 실력”이라며 “전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불러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대통령실에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22대 국회에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내년 2월까지 ‘의사 수 추계 연구’를 진행해 필요 의사 수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교수들은 국민과 전공의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가 되신 국민들께 정말로 죄송하다. 또 상아탑에 갇혀 제 분야만 생각하고 책임을 방기했던 걸 후회하고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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