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로 모두 18분 동안 통화
공수처, 통화 이후 사건 회수 판단
첫통화 34분뒤 박정훈 보직해임 통보
李측 “사단장 빼라는 내용은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된 날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3차례에 걸쳐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파악됐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건 이후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나서 경찰로 넘겼던 사건을 회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8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항명 혐의 군 재판에서 확보한 통신 기록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7분과 12시 43분, 12시 57분 등 3차례에 걸쳐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각각 4분 5초, 13분 43초, 52초간 통화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첫 전화를 걸기 18분 전인 오전 11시 49분에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국가정보원장)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2분 40초간 통화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50분까지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상태였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상황을 보고받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첫 통화를 마친 지 34분 후인 낮 12시 45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박 대령을 불러 보직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오후 1시 50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 회수에 대해 노모 수사부장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2시 40분 국방부 군 검찰단이 내부 논의를 거친 다음 항명 혐의로 박 대령을 입건한 뒤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 오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방부 군 검찰단은 이날 오후 7시 20분 경북청에서 사건을 회수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기 직전에도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 54분경 ‘02-880’으로 시작하는 대통령실 일반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이 통화를 마치고 오전 11시 57분 김 사령관에게 브리핑 취소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8일에도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날 국방부는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맡겼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과의 통화 여부를 묻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사단장을 빼라’는 내용의 통화를 하신 적이 없다는 뜻이지, 채 상병 사건 자체와 관련된 통화를 한 적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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