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신입생 4명 중 1명 이상은 전공 없이 입학하는 ‘무전공 선발’(전공 자율 선택제)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1학년 때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한 뒤 2학년으로 올라갈 때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최상위권에 해당되는 의대 증원 이슈와 달리 무전공은 4년제 대학 대다수가 참여하고 다른 전공 정원이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많은 수험생에게 입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년제 국공립대 및 사립대 73곳이 최근 교육부에 입학정원의 평균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제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도 대학들이 해당 내용을 반영해 신청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학문 간 벽 허물기’를 추진해 온 교육부는 올 초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 이상인 대학에만 재정 지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가 대학들이 반발하자 가산점 형태로 바꿔 비율이 낮아도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센티브와 연계된 가산점을 최대한 받으려면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를 넘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육성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대학들이 대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은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를 넘지 않는 곳이 많았지만, 정부 지원이 아쉬운 중하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25%를 훌쩍 넘겼다.
무전공 선발 인센티브에… 중하위권-비수도권대 대폭 늘려
대학 신입생 25% 무전공 선발 재정지원 더 받으려 30% 선발도 서울대 160명 안팎-고려대 196명… 서울 주요 대학들은 축소로 선회 “취지 좋지만 인기학과 쏠림 우려”… 학원가 “경쟁 심화 탓 기피할수도”
교육계에선 대학이 신입생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할 경우 수십 년간 공고했던 학과 및 전공 간 장벽이 급속도로 허물어지면서, 대학 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가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무전공 선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탓에, 대학들은 2026학년도에는 2025학년도보다 무전공 선발 인원을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 서울 주요 대학 무전공 선발 계획 축소
교육부가 제시한 무전공 선발 유형은 두 가지다. ‘1유형’은 대학 신입생이 자유전공학부 등으로 들어와 2학년에 올라갈 때 의대와 사범대 등을 제외한 모든 학과에서 자유롭게 전공을 택하는 것이다. ‘2유형’은 계열이나 단과대 단위로 입학해 2학년 때 해당 계열이나 단과대에서 전공을 택하는 방식이다.
28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 주요 대학들은 1, 2유형을 막론하고 당초 계획보다 무전공 선발 인원을 축소한 곳이 적지않다. 무전공 선발 정원을 기존 학과 정원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내부 반발이 크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현재 정원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400명 규모의 학부대학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내년도 무전공 선발 인원을 160명 안팎으로 결정했다. 고려대는 당초 무전공 선발로 300여 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선발 규모를 196명으로 줄였다.
그 밖에도 상당수 대학의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에 못 미친다. 연세대는 2유형만 정원의 18.26%인 48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몇십억 원 덜 받더라도 학부나 단과대별로 선발하는 2유형을 먼저 운영하면서 1유형을 단계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고 했다. 동국대는 1유형과 2유형을 합쳐 15.7%를 선발한다. 동국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하게 25% 이상 선발하려다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한 중하위권 및 비수도권 대학은 무전공 선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1유형과 2유형을 합쳐 광운대는 25%, 경기대는 25.1%를 무전공으로 뽑는다. 한밭대의 경우 30%를 무전공 선발한다.
무전공 선발과 관련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에서 대학이 가산점을 최대로 받으려면 1유형 10% 이상, 2유형 15% 이상이면서 합계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한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령 인구 감소 탓에 신입생 확보가 어려운데 정부 재정 지원까지 놓칠 순 없다”며 “교수들도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무전공 선발 확대를 위해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 취지 좋지만 인기 학과 쏠림 등 우려 여전
대학가에서 무전공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다만 전공을 택할 때 인기 학과로 과도하게 쏠리면서 비인기 학과가 생존의 기로에 놓일 것이란 우려가 많다. 또 신입생들이 1학년 때 소속감 없이 방황하거나, 2학년 때 원하는 전공을 택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험생 입장에선 무전공 선발에 지원하려 해도 전년도 입시 자료가 없다 보니 입시 전략을 짜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학원가에선 ‘합격 여부를 수험생, 교사, 학원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무전공 선발의 경우 문과생과 이과생이 뒤섞여 지원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굳이 무전공을 택하지 않겠다는 학생들도 상당수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전공 선발로 기존에 공고됐던 학과별 정원이 바뀌면서 입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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