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지난 4년간 전국 34곳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분석한 결과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하수 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정은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주관 하수역학 연구팀은 17개 시도별 최소 1개 이상, 산업·항만 지역 등을 대표하는 하수처리장을 선정했다.
연구팀은 2020년 57개소, 2021년 37개소, 2022년 44개소, 2023년 57개소의 하수처리장을 선정했다. 4년 연속 조사한 하수처리장은 34개소다.
이후 이곳에서 하수를 연간 분기별로 채집해 필로폰(메트암페타민),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등의 사용추정량을 조사했다. 사용추정량은 하수처리장의 마약류 농도를 통해 해당구역의 주민 1000명당 일일 사용량을 뜻한다.
다만 식약처는 실제 사용량은 시료채취 시기, 하수로 폐기된 마약류의 양, 허가된 의약품이 몸에 흡수돼 밖으로 배출되는 대사물질의 영향으로 사용추정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필로폰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다만 1000명 당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24.16mg, 2021년에는 23.18mg, 2022년에는 18.07mg, 2023년에는 14.40mg으로 조사됐다.
코카인의 경우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증가했다. 2020년에는 0.37mg, 2021년에는 0.58mg, 2022년에는 0.40mg, 2023년에는 1.43mg으로 조사됐다.
다만 코카인은 그간 서울지역에서 검출됐으나, 지난해에는 세종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지난해 세종에서 검출된 양은 15.46mg이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은 경기 시화와 인천이 높았다. 암페타민의 경우 청주와 광주에서, 엑스터시의 경우 경기 시화와 목포, 코카인의 경우 서울과 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식약처는 앞으로 실시해 오던 특정물질 위주의 분석과 대사체를 포함한 다빈도 검출 물질 분석을 병행하고, 필요시 임시마약류나 마약류를 지정할 예정이다.
또 관심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협업해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실태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마약류 폐해인식 실태조사 결과나 마약류 사범 수의 암수율(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이미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마약류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규한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은 “식약처는 관세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 등과 협업하여 해외 불법 마약류의 유입차단 및 국내 유통 근절에 힘쓰고, 마약류 예방부터 사회재활까지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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