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유죄 인정…벌금 100만원 선고유예
대법, 원심 판단에 잘못 없다고 보고 유죄 확정
공익 목적으로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얼굴과 실명 등 개인신상을 보도해도 위법 행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9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JTBC 기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아이 부모의 제보로 유명 피겨 스케이팅 코치 B씨의 아동학대 의혹을 취재하고 ‘믿고 맡겼는데…유명 피겨코치가 폭행·폭언 정황’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당시 뉴스 앵커였던 손석희 전 JTBC 사장은 해당 기사를 소개하며 B씨의 실명, 얼굴, 경력 등을 특정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했다.
B씨는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손 전 사장과 기자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아동학대처벌법 35조 2항은 신문이나 방송사가 아동보호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행위자, 피해아동, 고소·고발인, 신고인 등의 주소·성명·나이·직업·용모 등 인적사항을 보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 전 사장은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것을 뜻한다.
A씨는 1심에서 아동학대 가해자인 B씨의 추가적인 범행을 막기 위해 공익 목적으로 보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아동학대행위자가 특정되지 않도록 가명을 사용하거나 사진의 일부를 가리는 방법으로 사건개요만 보도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이 사건 기사 보도 행위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더라도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A씨는 2심에서 피해 아동의 부모가 보도를 승낙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식별정보 보도 금지는 학대와 2차 피해로부터 피해아동을 보호해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보도 여부를 전적으로 피해아동 측의 의사에 맡길 수는 없다”며 “보도 여부를 피해아동 측의 승낙 여부에 맡겨 아동의 보호를 처분 가능한 법익으로 보는 것은 법 조항의 취지에 반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정당행위, 피해자의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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