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2·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이 준공 40년 만에 대대적으로 보수된다. 천장 마감재가 내려앉고 냉방시설이 없어 이용환경이 열악했던 지하역사 두 곳이 1984년 문을 연 뒤 처음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승객들은 이르면 내년 말 바뀐 역사를 이용할 수 있다.
29일 서울교통공사는 아현·충정로역에 대한 ‘노후 지하철역사 환경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노후 역사는 전체 275개 역 중 48개 역(17%)이다. 이 중 13개 역이 준공 후 40년 이상이 지났다. 공사에 따르면 이번에 환경개선을 추진하는 두 곳은 13개 역 중에서도 가장 환경이 열악하다.
공사 관계자는 “지하역사인 아현·충정로역은 나머지 11곳의 노후 고가역사에 비해서도 천장 마감재 탈락, 콘크리트 낙하, 누수 발생 등이 계속 발생해 상태가 가장 심각했다”며 “특히 역사 주변으로 고급 신축 주택이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낡고 오래된 역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개선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9일 오후 아현역과 충정로역 내부를 둘러보니 승강장 일부 벽면 타일이 뜯어지고 금속 재질의 천장 마감재는 갈라져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아현역 개찰구에서 만난 주민 오모 씨(61)는 “30년 넘게 아현동에 살고 있는데, 지상에 새 주택이 들어서고 환경이 바뀌는 동안 역은 바뀐 게 없다”며 “특히 여름에 냉방시설이 없어 무척 더운데 리모델링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는 아현역은 ‘전면 환경개선’을, 충정로역에 대해서는 ‘부분 환경개선’을 추진한다. 하루 평균 2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아현역 리모델링은 약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6년 상반기 중 마무리된다. 일평균 1만9000명이 이용하는 충정로역은 예산 100억 원을 들여 내년 12월 재단장을 마칠 계획이다.
이번 환경개선은 모두 공사 자체 예산으로 진행된다. 공사가 시비나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는 환경개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사 관계자는 “통신·전자·기계·소방 등 내구연한이 20~30년인 설비들의 기한이 이미 한참 지나 공사 예산으로라도 환경개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는 내달 초 환경개선 내부 방침을 최종 수립하고, 소요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 내달 말 설계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공사는 이번 환경개선 외에도 3호선 구파발, 녹번, 도곡, 대치, 홍제역 등 노후화된 46개 역에 대한 환경개선을 차례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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