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퇴 준비하던 임성근, 대통령실-이종섭 통화후 복귀 명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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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종섭 통화 경위 조사
사퇴 준비하던 임성근 돌연 복귀
이종섭측 “사단장 얘기 없었다”
대통령실 “‘채상병’ 통화 추론일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2024.5.14/뉴스1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2024.5.14/뉴스1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으로 사퇴를 준비하던 중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 직후 복귀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받아 적었다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 작성 전후로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통화한 기록도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직후 군 수뇌부가 텔레그램으로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과 임 전 사단장의 근무 여부를 확인한 내역도 나왔다.

● ‘사퇴 준비’ 임성근, 대통령실 통화 후 복귀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까지 해병대사령부와 ‘사퇴 입장문’ 작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조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에게 임 전 사단장 후임 후보군까지 보고한 상태였다고 한다. 해병대는 31일 오전 11시 17분 임 전 사단장을 직무 배제하고 사령부 파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 11시 54분 ‘02-800’으로 시작되는 대통령실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와 168초간 통화가 이뤄진 뒤 상황이 반전됐다. 통화 종료 직후 이 전 장관은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을 통해 김 사령관에게 전화해 임 전 사단장 복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 11시엔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통령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린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의 사퇴 입장문 작성을 조율했던 해병대 고위 관계자를 최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철회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 ‘정종범 메모’ 작성 때도 대통령실 전화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뉴시스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한 직후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이 당일에만 이 장관 측과 6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통화를 마치고 50분 후인 7월 31일 낮 12시 46분, 임 전 비서관은 박 전 보좌관에게 전화한 것을 시작으로 이 전 장관, 박 전 보좌관과 총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특히 이날 오후 2시경 이 전 장관이 참모들과 회의를 열었는데, 임 전 비서관이 오후 2시 7분 박 전 보좌관과 3분 7초간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정 전 부사령관은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등 사건 처리 지침으로 보이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를 작성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해당 메모가 임 전 비서관과 통화 후 이 전 장관이 참모들에게 지시한 내용일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직후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한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통화 기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7~11분 이 전 장관과 첫 통화를 했는데, 통화 종료 17분 후 박 전 보좌관이 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여부와 임 전 사단장의 근무 여부 등을 확인했다.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4차례 통화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8월 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8월 4~7일), 방문규 전 국무조정실장(8월 3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8월 4~7일) 등과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사단장은 동아일보에 “저도 말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서도 “해병대사령부의 강력한 언론 대응 금지 지침에 입각해 현직 군인으로서 이를 명확히 준수해야 한다”고만 했다. 이 전 장관 변호를 맡은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으며, 대통령실 그 누구로부터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적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은 원래 수시로 통화를 한다”며 “무슨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지 모르면서 채 상병 사건을 놓고 통화했다고 추론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종섭#대통령실#임성근#사퇴#복귀 명령#채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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