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함께 모여 농작물 가꾸며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30일 03시 00분


서울시, 중장년 북한이탈주민 대상
영농교육 진행하며 교류의 장 마련
전체 탈북민 중 20%가 서울 거주
맞춤 돌봄 서비스 연 10회로 확대

25일 서울 강서구 농업기술센터 힐링체험농원에서 북한이탈주민 10여 명이 직접 수확한 채소를 다듬고 있다.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영농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열무가 너무 잘 익었네. 가져가서 김치 담가드세요.”

25일 오후 서울 강서구 농업기술센터의 힐링체험농원. 330㎡(약 100평) 안팎 규모의 텃밭엔 햇빛을 잘 받은 열무, 상추, 배추 등 각종 농작물이 푸릇푸릇하게 자라 있었다. 이날 이곳에선 중장년층 10여 명이 최근 몇 달간 가꾼 농작물을 수확해 서로 나눠주고 있었다. “친환경이라 몸에 더 좋을 것 같다”며 반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서울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중장년층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영농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역량개발팀장 박상훈 씨(53)는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많이 친해졌다”며 “농업 이론도 배우고 체험도 하면서 치유할 수 있는 과정으로 교육 중”이라고 소개했다.

● 탈북민 5명 중 1명은 서울에

현재 서울에 자리 잡은 탈북민은 올 2월 기준 총 6417명으로, 전국 3만1322명 중 20.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러나 사회적 교류가 적어 고립되기 쉽고, 직업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시에 따르면 서울 거주 북한이탈주민의 근속기간은 평균 34.4개월로 일반 국민 평균 74개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시는 취업 경험과 의지가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실습형 영농교육을 1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농업기술센터에서 모여 이론 수업을 듣고 실제로 작물을 가꿔 수확하기도 한다.

이곳을 찾은 탈북민들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대 초반에 한국에 왔다는 강주은(가명·58) 씨는 “한국에 와서 식당, 병원 청소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며 “농업 교육을 들으면서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새로운 친구도 만나게 된 건 덤이다. 15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김순영(가명·57) 씨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서로 만날 일이 없고, 나도 집에만 있다 보면 우울했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이곳에서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 올해 처음 맞는 북한이탈주민의 날

올 1월 정부는 매년 7월 14일을 국가 기념일인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는 등 탈북민의 정착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들이 서울시민으로 정착할 때까지 일자리부터 의료와 교육, 정서적 돌봄까지 밀착 지원할 방침이다.

고립되기 쉬운 탈북민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위기징후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알코올의존증 등으로 위기를 겪는 가구엔 지역활동가들이 수시로 전화하거나 방문해 상담, 병원 동행 등을 지원한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해 증상 관리 등도 진행하고 있다.

가족 갈등, 사회적 관계망 부족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대한 맞춤형 방문돌봄 서비스도 연간 최대 10회까지 확대했다. 전문가 2명이 함께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자녀를 개별상담하는 방식이다. 긴급돌봄이 필요한 가정에는 간병·아동 돌봄도 제공한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청소년을 대상으론 방문학습도 제공하고 있다. 시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체험 기회를 만들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 해소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이동률 서울시 행정국장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완벽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 생활, 건강, 교육, 정서 등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농작물#소통#영농교육#맞춤 돌봄 서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