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름철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른바 ‘선풍기 괴담’이다. 지금이야 대부분의 사람이 믿지 않는 이야기가 됐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선풍기를 틀고 자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한여름에도 끄고 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괴담이 떠돌고 있다. 바로 제습기를 틀어놓은 방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 제습기로 인해 산소가 부족해져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다수의 커뮤니티에도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제습기를 사람 있는데 돌려도 되느냐”고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제습기는 고온다습한 6~8월에 ‘필수 가전템’으로 꼽힌다. 적정 실내 습도는 40~60%에 반해 여름 중에서도 장마철에는 습도가 80% 이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습도가 60%를 넘어가면 곰팡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건강에도 좋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있는 방에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떠돌면서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제습기’를 친 뒤 ‘ㅅ’(시옷)을 입력하자 자동완성 검색어로 ‘제습기 사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제습기 습도’ ‘제습기 소음’ 등 만큼 많이 검색됐다는 의미다.
한 소비자는 이와 관련해 “제습기 사용설명서에도 사람 있을 때는 쓰지말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유명 업체의 제습기 사용설명서를 직접 확인해본 결과, ‘밀폐됐거나 유아, 노약자가 있는 곳에서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이유에 대해서는 “산소가 부족하게 돼 위험하다”고만 돼 있다.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라는 말도 적혀있다. 이 문구로 미뤄 짐작해 제습기가 산소를 부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해한 소비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습기 업체 측은 이에 대해 제습기가 산소량을 줄여 산소 부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제습기는 공기 중 수분만 처리한다”며 “산소 부족은 제습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닌,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주의를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보통 제습기를 틀어놓는 공간은 최대한 밀폐 상태로 만든다. 창문을 열어놓거나 개방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습도가 내려가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환기 없이 좁고 밀폐된 공간에 장시간 있으면 사람의 호흡으로 산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공간은 실내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아 호흡기 등에도 좋지 않다. 제습기를 틀어놓은 방 안에는 들어가 있지 말라고 권고하는 이유다. 만약 높은 실내 습도로 잠들기 힘든 여름 밤에는 취침하기 2시간가량 전에 제습기를 틀어놓은 뒤 환기를 잠깐 동안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추천한다.
제습기 사용시 또 주의해야 할 것은 제습기 물통의 물을 제때 비우는 것이다. 제습기는 유입된 습한 실내공기가 제품 내 냉각기와 접촉해 이슬로 바뀌는 원리다. 공기 중의 이물질이 담긴 물을 그대로 두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니, 물통을 비우고 깨끗이 닦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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