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외과 송교영 교수가 영어로 지시하자 복강경을 든 웨디안 무함마드 알 하즈미 씨(37)의 손이 바빠졌다. 송 교수가 탈장 환자의 복벽에 막을 붙이자 1조수인 하즈미 씨가 환부를 봉합하며 수술을 마무리했다.
정부는 최근 현재처럼 보건의료 단계 ‘심각’인 경우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다음 달 초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는데, 동아일보는 정부 허가를 받고 현재 대형병원에서 수술 및 진료를 돕는 중동 의사들을 만나 외국 의사의 국내 활동 가능성을 점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하즈미 씨는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중동 의료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한국에 왔다. 진흥원은 2013년부터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최대 2년간 수련 기회를 준다. 이른바 ‘중동 펠로(전임의)’라고 불리는데 현재 130여 명이 국내에서 연수 중이다.
아직 해외 의사면허 소지자의 국내 진료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교육 연구 사업은 예외라 중동 펠로들은 일선에서 수술 보조, 드레싱, 환자 처치 등을 하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중이다.
병원에선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중동 펠로가 수술 보조를 한다고 알리는데 환자들도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백모 씨(30)는 “의사가 없어 수술을 못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향후 중동 펠로 모델이 확산될 수 있을지를 두고선 의견이 갈린다. 송 교수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전공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긴 어렵다”고 했다. 대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수술과 진료를 도울 순 있지만 외래 진료까지 맡기긴 어렵단 것이다. 반면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외국인에게 일정 부분 업무를 맡기면 전공의들의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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