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이 전년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됐다. 법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선발할 의무가 있는 비수도권 의대 26곳은 전체 모집인원 3202명 중 59.7%인 1913명을 지역 출신으로 채우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의료 개혁의 목표가 지역 의료 활성화라며 비수도권 의대 위주로 증원하고 지역인재전형을 60% 이상 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이 60%를 못 넘는 비수도권 의대는 8곳인데 이 중 3곳이 강원 지역이다. 강원에는 강원대 의대, 가톨릭관동대 의대, 한림대 의대, 연세대(미래) 의대 등 4개 의대가 있는데 국립대인 강원대를 제외하고 3곳 모두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20~30%대다. 지방대육성법(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인재전형 선발 의무 비율은 강원과 제주가 20%, 그 외 지역이 40%다. 강원 지역 의대들은 법적 기준을 넘겼지만 정부 권고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
강원은 다른 지역보다 학생 숫자가 적은데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급격히 늘리면 학업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대학들의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 의대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21.2%(22명), 연세대(미래) 28.8%(30명), 가톨릭관동대 34.8%(40명)이다. 한림대 관계자는 “전체 고3 학생 중 강원 지역 비율은 2.7~2.8%인데 의대는 8.5% 정도”라며 “배출되는 의사들 수준, 지금까지 한림대 의대의 배치표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정부 권고만큼 많이 늘리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적어서 강원권 학생에겐 미안하다”면서도 “강원 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등급 비율이 굉장히 적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증원된 정원 모두를 지역인재전형 선발로 돌렸다”며 “지역인재전형을 다 못 뽑는 게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충족 때문이라는 지역 의견을 반영해 2023학년도부터 기준을 완화했고, 2025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에도 신설해 수시모집에서 못 뽑은 인원을 넘겨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완화해 지역인재전형을 뽑는 만큼 지역인재전형을 더 확대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다.
교육부도 강원 지역 의대의 고민에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원 지역은 입학자원이 부족해 지역인재전형 의무 비율 20%도 못 채우는 상황이었다”며 “지역인재전형을 확실히 늘리려고 아무 대책 없이 그냥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대학도 (지역인재전형을 뽑아 보고) 수학능력이 있다고 판정되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에 지역인재전형을 60.4%(55명) 선발하는 강원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이 나왔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현재(30%)의 2배로 늘려 60% 이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대 관계자는 “총장이 강원도 내 우수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자는 의지가 강했다”며 “현재도 강원대는 지역인재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다른 의대보다 낮아서 선발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월 강원대는 강원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자리에서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의대에 원서를 낼 만한 학생을 사전 집체교육 시키겠다”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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