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장 빼라는 통화 없었단 취지”
수십차례 통화 드러나자 말바꿔
‘증인 선서’ 없는 거짓말은 처벌 못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과 3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이 전 장관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 측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는 물론, 대통령실 관계자와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30일 국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사외압 의혹 관련)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나 문자, 메일을 받은 것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문자나 전화를 받은 것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같은 해 9월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질문에 “이 건과 관련해서 통화한 게 없다”며 “(대통령국가)안보실 누구하고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를 심리 중인 군사법원에 제출된 휴대전화 통신기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이 경찰에 이첩된 지난해 8월 2일 윤 대통령과 3차례에 걸쳐 18분가량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기 18분 전인 오전 11시 49분경 조태용 당시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도 2분 40초간 통화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사퇴가 철회된 지난해 7월 31일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이 이 전 장관, 박진희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6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이 전 장관은 국방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에 맡겨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지난해 8월 8일에도 윤 대통령과 통화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회증언감정법은 국회에서 선서를 한 증인이 위증을 했을 경우에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증인 선서’가 이뤄지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청문회와 달리 일반 상임위원회에서 나온 장관의 거짓말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국면마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측과 통화한 기록이 나온 만큼, ‘외압이 없었다’는 이 전 장관 측 주장의 신빙성은 흔들리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사단장을 빼라는 내용의 통화가 없었다는 취지지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표현이 정확하지 못했던 부분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통령과의 통화는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 이전에 이뤄졌다”며 “박 대령에 대한 인사 조치 검토 지시는 수사 지시에 수반되는 당연한 지시로 대통령 통화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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