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로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 SK㈜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경영권 보호를 위해 SK㈜ 지분 매각은 가급적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재판부에서 밝힌 최 회장의 보유 추정 재산은 3조9883억 원이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가운데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약 2조555억 원이다. 이 중 그룹 지주사인 SK㈜ 지분 가치가 2조514억 원(17.73%)으로 대부분이다.
여기에 최 회장은 비상장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2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6000억 원가량이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하는 재산분할 금액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충당하기 위해 보유한 개인 재산을 총동원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미 SK㈜ 보유 주식 금액 중 31%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SK㈜와 SK실트론 주식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SK㈜ 주식 일부 매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SK㈜ 지분을 통해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등을 지배하고 있다. SK㈜ 지분을 팔게 되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현재도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 SK㈜ 지분이 25.57%에 불과해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SK㈜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쳐지며 전날 대비 9.26% 오른 15만8100원에 마감했다.
다만 최 회장이 2003년 ‘소버린 사태’를 겪었던 만큼 지주사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영국계 펀드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매입하며 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경영권을 위협했다.
항소심 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향후 최 회장의 경영 활동에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고심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대내외적 행보에 제약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규모의 재산분할 금액이 나온 데다 전 정권 비자금, 개인사적인 부분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총수 리더십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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