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가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20대 여성이 동승자인 남자친구와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가 적발된 가운데, 경찰이 이례적으로 2명 모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남자친구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음주 사고를 낸 뒤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매니저가 운전한 것으로 거짓말을 했던 가수 김호중 사건으로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자 두 사람에 대해 이례적으로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와는 별개의 법리적 판단만으로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청주지법 이연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보험사기 미수·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받는 남자친구 A 씨(20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음주운전·재물손괴·범인도피 방조 혐의를 받는 여자친구 B 씨(20대)에 대해서는 “운전하게 된 경위에 비춰 계획성과 주도성에 관해 불구속 상태의 재판을 통해 심의해볼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5시 45분경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서 SUV 차량 한 대가 상가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상가와 거리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린 20대 남성 A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실제 운전자는 동승자인 여자친구 20대 여성 B 씨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차량의 동선을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A 씨가 차량을 몰다 도중에 멈춰 세우고 B 씨와 자리를 바꾼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사고 당시 B 씨에 대한 음주 측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이들이 함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던 점을 토대로 이들이 렌터카를 빌리기 직전 술을 마신 음식점 CCTV를 확인했고, B 씨 역시 면허취소 수준 이상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평소 운전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 운전해보라고 했다. 사고 보상비를 받으려고 렌터카 보험을 든 제가 운전했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상가 주인들과 합의하지 못했고, 김호중의 구속으로 음주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도주하는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점을 들어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다.
담당 검사도 이런 분위기 속에 이날 진행된 영장심사에 이례적으로 출석해 직접 두 사람의 범죄 혐의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사고로 인명피해가 없었던 데다 B 씨의 경우 전과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검경이 무리하게 이들을 구속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A 씨에 대한 영장 발부는 김호중 사건의 여파와 무관하게, A 씨가 과거에도 보험사기와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이 상당 부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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