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반석송하원. 1급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김신영 씨(53·여·가명)가 미소를 머금은 채 느릿느릿 말을 이어갔다. 이 곳에는 김 씨와 같은 뇌병변 장애인 4명, 지적장애인 23명 등 총 30명의 중증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연령대는 11~58세로 다양하다.
지하 2층, 지상 3층의 반석송하원은 5년 전 문을 열었지만 공동 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동행과나눔)의 준공이 지연돼 그간 임시사용승인 상태로 운영됐다. 동행과나눔은 바로 옆에 있는 송하원과 달리 27명의 장애인의 집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이다. 복사용지 제조 등 주로 단순노동을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판매 수익금으로 임금을 주며 재활의 꿈을 펼쳐주고 있다.
두 시설을 운영하는 반석복지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시공사의 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고금리, 부동산 경기 악화 등 여러 이유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준공이 너무 늦어졌다”며 “다행히 공사를 마친 송하원은 임시사용승인 상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는데 부산시와 기장군의 따뜻한 배려로 어려움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 둥지가 마련됐지만 기장군 정관읍에 있는 기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급격한 경기 불황으로 아직 매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50여 명의 장애인들과 내외빈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행과나눔의 준공 기념 및 송하원 개원 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발달장애인 3명 등으로 꾸려진 ‘이지첼로’의 축하 공연 등을 시작으로 평소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온 정동만 국회의원(기장군)의 축사, 송하원 입주민 보호자 대표의 감사 인사 등이 이어졌다. 보호자대표 이모 씨는 “어린 시절 바늘과 실처럼 지내던 언니가 건강 악화로 2년 전부터 송하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여러 친구, 동생을 사귀며 웃음이 가득해진 언니를 보며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흐느꼈다.
행사에는 기장군의회 박우식 의장을 비롯해 이승우·박종철 부산시의원(기장군)과 맹승자 구본영 박홍복 김원일 구혜진 허준섭 박기조 황운철 군의원과 신은주 부산시장애인복지과장, 신계순 기장군 노인장애인복지과장 등이 참석했다. 조창용 부산장애인총연합회장은 “장애인들이 일할 공간, 장애인들을 위한 돌봄 시설이 확대돼 다 같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박현웅 반석복지재단 이사장은 “많은 분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보다 낮은 자세로 장애인을 사랑으로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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