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금으로 약 1조3800억 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가운데, 주식 거래 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가 재원 마련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그룹과 관련해 SK㈜(1297만 주)를 비롯해 SK케미칼(6만7971주), SK디스커버리(2만1816주), SK텔레콤(303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그룹 지주사인 SK㈜(17.74%)의 지분 가치는 약 2조 원으로 추정된다.
전날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항소심에서 재산 분할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최 회장은 현금이나 부동산 매각, 주식 매각 등 개인 재산을 총동원하거나 주식 담보 대출 등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세금이다.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법에 따르면 대주주의 경우 주식 양도로 인한 차익이 3억 원을 초과하면 27.5%(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 한다. 최 회장이 약 2조 원으로 추정되는 SK㈜ 지분을 모두 판다고 해도 양도소득세로만 약 수 천억 원을 내야 한다. 재판부가 선고한 재산분할금 1조3800억 원을 현금으로 만들기 버거운 상황이다.
최 회장은 비상장 주식인 SK실트론 지분을 29.4% 가지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2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6000억 원가량이다. 이 주식을 매각하면 대주주 요건을 적용받아 양도소득세 27.5%를 내야 한다.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기업 지분은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재계에서는 재산 분할 재원 마련을 위한 주식 매각이 불가피하지만,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면서 자금 조달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세금 문제와 지분 하락 문제가 있어서 가급적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비상장 주식을 팔아도 제값을 못 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에서 판단을 뒤집거나 재산분할 액수를 줄이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노 관장은 내야 하는 세금이 없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및 위자료를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받는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SK㈜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하고 있다. 경영권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SK㈜ 주가는 30일 9.25%가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오후 3시 기준 전날보다 13%가 오른 17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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