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복궁 낙서를 사주한 총책 강모 씨(30)가 31일 검찰에 넘겨졌다. 강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사이트 8개의 광고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낙서 마케팅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국보 1호 숭례문까지 낙서 표적으로 삼았던 사실이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31일 경복궁 낙서 사건 브리핑을 열고 강 씨를 포함해 총 8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날 송치된 강 씨에게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강 씨의 지시를 받고 실제로 낙서한 10대 2명과 중간에서 범행 대금을 전달한 조모(19) 씨도 함께 송치됐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텔레그램에서 만난 미성년자들에게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에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사이트 주소를 낙서하도록 지시했다. 범행 당일에는 벤츠 승용차를 타고 범행 현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강 씨는 전과 8범으로 불법 사이트 운영 외 직업은 없었다.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지난해 3월 출소한 뒤에는 10월부터 불법 사이트 8개를 운영했다. 영화 등 저작물 2368개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불법 촬영물이 이곳에서 유통됐다. 1건당 500만 ~1000만 원을 받고 배너 광고를 올려 약 2억5000만 원 수익을 냈는데, 광고 단가를 올리기 위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해당 사이트들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해 불법 사이트를 운영했고 텔레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일면식 없는 사람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올해 2월경에는 텔레그램 대화방 등에 ‘총책이 긴급 체포됐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려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하기도 했다. 5월부터는 연고가 없는 전남 여수의 한 숙박업소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결국 검거됐다. 태국, 일본 등으로 해외 도피를 계획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복궁 낙서 이틀 전엔 국보 1호 숭례문에도 낙서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텔레그램을 통해 만난 15세 미성년자에게 숭례문과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낙서하라고 지시했지만 겁을 먹은 해당 남학생이 중도에 포기하면서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강 씨가 28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것과 관련해 경찰은 당시 강 씨가 수갑을 차고 있었지만 키 180㎝에 몸무게 59㎏의 마른 체구를 이용해 수갑에서 강하게 손을 뺐다고 설명했다. 약 2시간 만에 다시 붙잡힌 강 씨는 ‘최소 징역 12년형은 선고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주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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