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 2배 늘렸지만…졸업생 절반 가량 서울로 떠난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31일 19시 17분


교육부 자료…2017~2021년 의대 졸업생 취업 현황
울산은 80%가 수도권 취업…지역 남는 의대생 49%
朴정부 도입한 지역인재 전형…역대 정부 지속 확대
지역 필수의료 살리려면 먼저 의사 정주 유도책 시급
지역 근무 강제하는 지역의사제도 거론…의견 분분

ⓒ뉴시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시 계획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났지만 뽑아 놓은 학생들이 다시 서울로 떠나 버리면 공염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교육부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전국 의대 졸업생 중 상세 취업 정보가 확인된 8501명 중 45.9%(3906명)는 서울 지역에 취업했다.

전체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57.7%(4901명)였다.

같은 기간 전체 의대 졸업생 수(9530명) 대비 서울 소재 의대 졸업생은 29.1%(2772명)였고 수도권은 31.8%(3029명) 수준에 머물렀던 걸 고려하면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 병원에 쏠렸다는 것이다.

의대 졸업생의 대학 소재지별 수도권 취업 비중을 보면 서울 지역 의대 졸업생 가운데 취업 정보가 확인된 2471명 중 89.1%인 2193명은 서울 지역에 취업했다.

인천은 89.5%였고 경기는 90.9%로 나타나 대부분 졸업생이 그대로 자신이 의대를 다닌 수도권에 남았다.

반면 비수도권에선 울산 지역 의대 출신 취업자 185명 중 80.5%인 149명이 수도권에 취업했다. 이어 ▲강원(63.4%) ▲충남(59.4%) ▲전북(44.4%) 등 순이었다.

자신이 졸업한 지역에서 취업한 의대생은 49.6%로 경북(3.2%) 울산(7.0%) 등은 10%를 채 넘지 못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비수도권 대학 26개교는 2025학년도 입시 1913명을 지역인재 선발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정원 내 총 모집인원(3111명)의 61.5%를 차지한다.

이들 대학이 전년도에 선발한 지역인재 규모(1025명·51.7%)와 비교하면 1.8배인 888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교육계에선 지역인재 전형의 도입 취지가 제대로 살지 않아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의대가 소재한 권역에서 고등학교를 3년 내내 다닌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인재 전형은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지방대학 육성 방안’에 따라 도입됐다.

이 방안은 지방대 역량을 강화해 인구 감소로 침체된 지역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며 지난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이 제정되며 법제화됐다.

이에 따라 지방대는 의대 등 ‘메디컬 계열’의 전체 입학자 중 40%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워야만 한다. 다만 강원·제주 지역 대학은 입학 자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 등 여건을 고려해 20%만 채우면 된다.

지역인재 전형이 처음 도입될 2015학년도에는 이런 조건이 권고였지만 실효성 논란에 2023학년도부터 의무화됐다. 비율도 30%(강원·제주 15%)에서 높아졌다.

나아가 윤석열 정부에서도 필수의료 패키지의 일환으로 해당 비율을 60%까지 높이도록 권고하면서 지역인재 전형 제도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한 셈이다.

정부가 세 번 바뀌었지만 성향에 관계 없이 지역인재 전형이 확대된 셈이다. 그 때마다 정부가 제시해 왔던 명분은 침체된 비수도권의 활성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방안’은 지방대를 길러 침체된 지역을 살리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였으며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 역시 전국 어디에서나 양질의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수도권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지역인재 전형으로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지역에 남아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해야 그 취지가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는 보완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주문해 왔다.

정부가 2000명이 늘어난 의대 입학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던 지난 3월20일 노동건강연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 다수가 (증원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비수도권 의대 중 서울아산병원과 연계된 울산대(40명→120명) 등의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울산대 의대는 그간 학생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 대부분의 수업을 받아 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여기에 겨교육부의 시정 요구가 있자 대학 측은 2025년부터 울산 지역에서 의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병원이 있는 ▲충북 건국대 글로컬(건국대병원) ▲대전 을지대(을지대병원·의정부을지대병원)도 각각 40명에서 80명으로 두 배 증원됐다.

▲충남 순천향대(93→150명) ▲강원 한림대(76→100명) 및 가톨릭관동대(49→100명) ▲경북 동국대 와이즈(49→100명) 등도 수도권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의대가 지역인재를 대거 뽑아 놓고 정작 비수도권에서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다 강경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교육부도 이런 의대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여부에 대한 책무성 이행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는 지역의사제 도입론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근무하게 하는 제도다.

다만 일부 의대 학장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 등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처우 개선이 꼽힌다.

전공 분야가 필수의료 계열이라 밝힌 한 비수도권 의대 학장은 “지방에서 나와서 지역 인재로 남아서 일할 수 있게 해 주려면 필수의료를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의사제를 도입할 테니 장학금을 준다고 하면 면허를 따고 대부분 돈을 반납할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이 학장은 “새로 필수의료를 하려는 사람들은 일을 하다 보면 여러 보람도 느끼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수가가 밑바닥이라면서 손가락질하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것은 수가일 것”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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