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판결]
재판부 “경영자 배당금 등 보상 다양… 급여 이외 가치 뛴 주식도 분할 대상”
SK뿌리 대한텔레콤株 구매관련… “崔부친에 물려받은 돈 단정못해”
이혼때 주식분할 崔매제도 거론… “퇴직금-혼외자 학비도 분할해야”
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64)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과 이혼하며 재산 1조3808억1700만 원을 현금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연봉 1달러’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 회장이 SK㈜ 주식의 뿌리로 볼 수 있는 대한텔레콤 주식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증여금으로 샀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경영 기여로 가치 뛴 주식도 분할 대상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전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잡스가 1997년부터 10년간 연봉을 1달러만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최 회장이 ‘SK 주식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돈으로 산 특유재산이니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고 급여와 이를 바탕으로 형성한 재산만 나눠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재판부가 잡스 사례를 들며 반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경영자라면 연봉뿐만 아니라 배당금,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기에 잡스는 연봉 1달러만 받고 일한 것이라며, 혼인 기간 중 급여뿐만 아니라 최 회장의 경영 기여로 가치가 뛴 주식도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승계상속형 사업가’여서 주식 가치 상승에 배우자인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SK 주식의 가치가 올랐고 이 과정에서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봤다.
● ‘7분 만에 11km 떨어진 은행 간 거래 불가능’
선대회장 증여금으로 주식을 샀다는 최 회장의 주장에 대해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최 회장은 혼인 기간 중인 1994년 11월 2억8000여만 원을 주고 유공으로부터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주당 400원·현 SK㈜ 주식)를 구매했다. 이 주식은 SK C&C를 거쳐 SK㈜ 주식이 됐다. 최 회장은 1994년 이전에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산 주식이라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은 1988년 혼인 후 부모인 노태우 전 대통령 부부에게 증여받은 현금도 주식 구매에 쓰였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았다는 최 회장 명의 계좌 속 현금 2억8000여만 원과 최 회장이 주식 구매에 쓴 자기앞수표가 같은 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4년 5월 31일 선대회장 계좌에선 3690만 원이 현금으로 인출됐고 2억5000만 원이 다른 계좌로 이체됐다. 5개월 뒤 최 회장 명의 계좌로 현금과 수표 2억8697만 원이 입금됐다. 재판부는 선대회장 계좌에서 2억5000만 원이 이체된 계좌가 특정되지 않고, 5개월 사이 자금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다며 두 자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최 회장은 1994년 11월 21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제일은행 석관동 지점에서 2억8000여만 원을 전액 현금 인출했고, 7분 뒤 약 11km 떨어진 중구 조흥은행 광교영업부에서 2억8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유공에 입금해 주식을 취득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주식 거래 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이런 거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 ‘노 관장, 비자금 추징 우려에 30년간 숨겨’
재판부는 최 회장처럼 대한텔레콤 주식을 샀다가 결혼 5년 만에 이혼한 최 회장 매제의 재산 분할 사례를 들기도 했다. 최 회장 매제는 1995년 선대회장 지원으로 대한텔레콤 주식을 샀고 2000년 이혼하면서 당시 이 주식의 후신이었던 SK C&C 주식 50%를 부인에게 넘겼다. 반면 노 관장은 이보다 긴 25년여간 혼인 생활을 유지했으니 주식을 분할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 관장이 부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 존재를 뒤늦게 주장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자금을 추징당할까 봐 30여 년간 숨겨 왔다고 봤다. 노 관장은 노 전 대통령이 1991년경 최 선대회장에게 비자금 300억 원을 맡겨두고 선경건설 발행 약속어음 50억 원짜리 6장을 받았고, 김옥숙 여사가 이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항소심에서 처음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채권 500억-쌍용, 선경’이라고 적힌 대봉투에 각각 ‘쌍용 200’ ‘선경 300’이라 적힌 소봉투를 담아 보관해온 사실도 공개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2020∼2023년 받은 SK 주식 배당금에서 공동생활비를 뺀 1862억여 원과 퇴직금 242억여 원,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준 생활비와 혼외자 학비 등도 모두 재산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최 회장이 증여한 9942억 원어치의 SK 주식과 최 회장이 쓴 대출이자 1950억여 원 등도 노 관장의 동의가 없었거나 부부 공동 생활과 관련된 재산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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