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3일 밝혔다.
제주지부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 앞에서 회견을 열어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 영양사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A 씨(49) 사례를 들었다.
제주지부에 따르면 도내 학교에서 급식 영양사로 근무해 온 A 씨는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리흄’이란 기름을 이용해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입자로서 초미세먼지보다 25배 작고, 사람이 흡입하면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폐암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환기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조리흄에 노출되면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22.7배 증가한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1997년부터 도내 여러 학교에서 급식 영양사로 근무했으며, 폐암 발병 사실은 2022년 제주도교육청이 학교 급식실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 CT 검진에서 확인됐다.
A 씨는 작년 3월 폐암 수술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A 씨는 “24년간 급식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조리 과정 중 수시로 조리실에 가 작업관리를 해야 했고, 바쁠 땐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들과 함께 조리 작업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해로운 가스, 연기, 열기, 수증기, 기름 냄새 등을 흡입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영양사실과 조리실은 창문·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고, 환기가 힘든 구조인 탓에 조리실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 유해 물질을 직·간접적으로 흡입하고, 조리 후 세척 및 청소 과정에서 사용하는 독한 세제의 유해 성분에도 노출되는 등 장기간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폐암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작년 12월 A 씨의 산업재해 신청 건 심의에서 불승인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A 씨가 조리흄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고 근무 기간도 길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이 있지만, 조리흄은 기름 조리시 순간적으로 노출이 증가한다’며 ‘영양사인 A 씨는 업무 내용상 조리에 직접 투입되지 않아 노출 정도가 적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 같은 심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이에 A 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 재심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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