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급식실 근무했는데…” 폐암 걸린 영양사 ‘산재 불승인’

  • 뉴스1
  • 입력 2024년 6월 3일 17시 56분


코멘트
ⓒ News1 DB
ⓒ News1 DB
24년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렸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3일 밝혔다.

제주지부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제주지사 앞에서 회견을 열어 “조리흄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 영양사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A 씨(49) 사례를 들었다.

제주지부에 따르면 도내 학교에서 급식 영양사로 근무해 온 A 씨는 장기간 ‘조리흄’에 노출돼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리흄’이란 기름을 이용해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입자로서 초미세먼지보다 25배 작고, 사람이 흡입하면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폐암 발병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의 연구 보고서를 보면 환기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조리흄에 노출되면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22.7배 증가한다고 한다.

A 씨는 지난 1997년부터 도내 여러 학교에서 급식 영양사로 근무했으며, 폐암 발병 사실은 2022년 제주도교육청이 학교 급식실 노동자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폐 CT 검진에서 확인됐다.

A 씨는 작년 3월 폐암 수술을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다.

A 씨는 “24년간 급식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조리 과정 중 수시로 조리실에 가 작업관리를 해야 했고, 바쁠 땐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들과 함께 조리 작업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해로운 가스, 연기, 열기, 수증기, 기름 냄새 등을 흡입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영양사실과 조리실은 창문·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연결돼 있고, 환기가 힘든 구조인 탓에 조리실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 유해 물질을 직·간접적으로 흡입하고, 조리 후 세척 및 청소 과정에서 사용하는 독한 세제의 유해 성분에도 노출되는 등 장기간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폐암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작년 12월 A 씨의 산업재해 신청 건 심의에서 불승인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A 씨가 조리흄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고 근무 기간도 길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소수의견이 있지만, 조리흄은 기름 조리시 순간적으로 노출이 증가한다’며 ‘영양사인 A 씨는 업무 내용상 조리에 직접 투입되지 않아 노출 정도가 적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이 같은 심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단 입장이다. 이에 A 씨는 최근 고용노동부에 산업재해 재심사를 신청했다.

(제주=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